개발비 2조원, 대당 가격 250억원의 '명품 고등훈련기' T-50. 아랍에미리트연합(UAE)로의 수출을 위해 4년 동안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결국 고배를 마신 정부가 다음 타깃인 싱가포르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T-50 수출에 실패했던 UAE에는 역시 최첨단 기술력의 결집체인 원자력발전으로 다시 공략한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이달 말~ 다음달 초로 예정된 싱가포르 훈련기 납품사업 제안서 제출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제안서를 제출하면 9∼10월께 업체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싱가포르의 훈련기 구매는 단순 항공기 판매가 아니라 훈련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사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사업자에 비행기를 납품하는 형식이다. 대수(12대가량)는 적지만 수출에 성공할 경우 폴란드 등 해외 진출 길이 더 넓어진다는 점 때문에 정부나 KAI는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투기로의 전용을 감안해 개발돼 마하 1.4의 속도를 내는 등 경쟁국 훈련기(이탈리아 M-346)보다 훨씬 앞섰던 T-50이 각종 산업협력 등의 조건 부실로 UAE 수출은 실패했다"면서 "싱가포르 수출에는 산업협력 등 부대조건이 별로 없고 선정 과정도 상대적으로 투명해 UAE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T-50의 수출 좌절로 와신상담하던 정부는 이번엔 UAE에 원전을 들고 간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업계가 총력을 기울여온 UAE 원자력 발전소 사업 입찰 기한이 7월 초"라며 "한전을 주축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과 프랑스의 아레바 컨소시엄, 미국ㆍ일본의 제너럴 일렉트릭(GE)-히타치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려는 원전은 발전용량 1,400MW 규모의 APR1400 모델. 원자로를 비롯한 각종 기기, 발전소 건설 등에는 3조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통상 원전은 2기를 짓기 때문에 6조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이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최근 미국과도 협약을 맺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며 "경쟁국들이 기술 원천국들이지만 한전 컨소시엄은 적어도 비용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