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행/ 여주 英陵 ~ 寧陵, 햇빛 부서지는 솔숲길 왕들의 행차 다가올듯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행/ 여주 英陵 ~ 寧陵, 햇빛 부서지는 솔숲길 왕들의 행차 다가올듯

입력
2009.06.23 01:51
0 0

조선의 왕릉들이 22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유교와 풍수를 기반으로 한 왕릉은 독특한 건축과 조경방식, 지금까지 지켜 내려오는 제례의식 등이 높게 평가 받았다.

과거 한국의 능을 둘러본 적이 있는 유럽의 조경 전문가들은 "자연과 인공의 최적의 조합. 이것이야 말로 신의 정원이다"라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40개가 되는 조선의 왕릉 중 최고의 치적을 남긴 세종대왕의 능을 찾았다. 남한강이 비옥하게 적시는 경기 여주 땅에 모셔져 있다.

세종대왕의 영릉(英陵)은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힌다. 영릉은 능 뒤의 칭성산이 주산(主山)을, 앞쪽의 북성산이 안산(安山)을 이루고, 주위의 산들이 영릉을 중심으로 꽃봉오리를 에워싼 듯하다 해서 '모란반개형(牧丹半開形)'의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다. 풍수가들은 영릉의 발복으로 조선왕조가 100년은 더 연장됐다고 말한다. 이를 '영릉가백년(英陵加百年)'이라 한다.

세종의 능은 원래 이곳이 아니었다. 세종은 아버지 태종의 능인 헌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신의 유택을 정했다. 지관들이 터가 안 좋다고 진언했지만 세종은 부모님 묘 근처보다 더 좋은 명당이 있겠냐며 듣지 않았다.

세종의 큰아들 문종이 즉위 2년 만에 승하했고, 손자 단종은 왕위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비명에 가야했다. 둘째 아들 세조는 온몸의 부스럼으로 고통을 겪었고, 세조의 큰아들 의경세자는 20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이렇게 후손에 흉사가 끊이질 않자 세종의 능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결국 예종이 천장(遷葬)을 결심했다. 천장의 효험 덕분인지 지금의 자리로 묘를 옮기고 나자 예종의 뒤를 이은 성종은 25년간 보위를 지키며 선정을 베풀었다.

단돈 5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영릉으로 향했다. 영릉도 그렇지만 모든 능 주변엔 솔숲이 좋다. 어느 누구도 감히 왕의 위엄을 건드릴 수 없었기에 늠름한 금강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영릉 앞에는 세종의 치적을 살필 수 있는 유물전시관 '세종전'이 있다. 내부에는 편경 편종 같은 악기가 전시돼 있고 잔디밭엔 측우기 해시계 혼천의 등 당시 천문 과학 기구들을 재현해 놓았다.

능을 무덤이 아닌 공원으로 생각해보자. 이처럼 조용하고 푸른 곳, 그리고 이처럼 단정한 곳이 또 있을까. 능의 곡선은 마냥 마음이 깃들고 싶도록 유하다. 봉긋한 젖가슴의 선을 닮았다. 부드럽고 아늑하고 포근하다.

영릉은 또 다른 영릉과 이어졌다. 조선 17대 임금인 효종의 능 영릉(寧陵)이 바로 곁에 있다. 세종의 능 옆으로 효종의 영릉까지 700m 길이의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많은 이들은 영릉에서 '세종'을 느낀 뒤 뒤돌아 나가버리고 만다. 하지만 영릉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영릉과 영릉을 잇는 산책길이다.

소나무 그늘 사이로 햇빛이 부서져 내리는 길이고, 새소리 깊어지고 바람소리 짙어지는 길이다. 약간의 오르막 약간의 내리막, 이리 휘고 저리 돌며 길은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부스럭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길가 숲 속에선 고라니 새끼가 껑충 뛰어 달아난다.

효종의 영릉은 더욱 한적하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갚기 위해 북벌을 꿈꿨던 왕이다. 봉긋한 능의 곡선에서 그의 꿈을 그려본다.

효종 영릉에서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 재실을 지난다. 왕릉의 재실은 능을 관리하고 제사준비를 하기 위한 곳. 임금이 내려준 향과 축문을 보관하는 안향청, 제사음식을 만드는 전사청, 제기를 보관하는 제기고, 능지기 거처 등으로 구성됐다. 이곳 재실은 조선시대 왕릉 재실의 기본형태가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이다. 2007년 왕릉 재실 최초로 보물로 지정됐다.

재실 한가운데 굵은 둥치의 느티나무 거목을 만난다. 그 옆에는 300년 이상 된 회양목이 자란다. 천연기념물 제495호로 지정된 나무다. 관람료 대인 500원, 소인 3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세종대왕유적관리소 (031)885-3123,4

■ '두견새 머문자리' 도시생활 지친 마음도 머물고 싶은…

여주의 이포대교를 지나 양평 방향 금사교 삼거리에 서면 나지막한 산자락에 위치한 예쁜 목조건물 두 채가 보인다. 여주군 금사면에 위치한 워크숍 펜션 '두견새 머문자리'다.

가족, 친목 모임의 명소로 10년 가까이 운영해오다, 근래 리모델링을 통해 최신식 세미나실과 노래방 시설을 구비해, 워크숍의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빔프로젝터와 유무선음향시설, 초고속인터넷 등이 마련돼 있는 세미나실은 30여명 수용 가능한 쾌적하고 넓은 회의 공간이다.

펜션 건물은 두 채로 구성돼 있다. 객실 4개와 황토찜질방으로 지어진 '전망좋은집'은 복층 구조다. 넓은 잔디마당과 예쁜 다락방이 자랑인 '마당이쁜집'은 객실3개, 화장실, 주방,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찬거리를 준비 못했다면 주인 아주머니의 음식솜씨에 기대보자.

드럼통 위에서 구워지는 바비큐와 구수한 된장찌개를 곁들여 밤새 회포를 풀 수 있다. 아침 숙취는 얼큰한 황태해장국과 콩나물해장국이 해결해 준다. www.dookyun.com (031) 885-6292

이포대교 건너편엔 파사산성이 있다. 남한강을 굽어보는 파사산 정상 부근의 능선을 따라 세워진 산성이다. 전체 둘레는 935m. 반나절 산행을 겸한 산책 코스로 적당하다. 파사산성 산책이 즐거운 건 산행 직후 산성 바로 아래서 맛볼 수 있는 막국수 때문이다.

산성 입구와 인접해 여주 천서리막국수촌이 있다. 전국에서도 이름난 막국수촌이다. 강계봉진막국수(031-882-3369), 홍원막국수(031-882-8259), 봉황막국수(031-882-3369), 천서리막국수(031-883-9799) 등 여러 막국수집이 밀집해 있다. 막국수 가격은 6,000원. 대부분 돼지수육도 함께 내놓는다.

여주=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