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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15분간의 말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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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15분간의 말벗

입력
2009.06.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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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가 말문을 연 건 우리 큰애가 자신의 큰애와 또래였기 때문이었다. 택시 운전을 한 지 이제 한 달, 아내와 두 아이는 처가가 있는 미국에 가 있다고 했다. 가끔 조용히 가고 싶을 때도 이렇듯 운전사의 말벗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언젠가 까칠함이 매력인 한 선배와 택시를 탔을 때였다. 뒷좌석에 여자 손님 둘이 오르자 신이 난 운전사가 농담을 던졌다.

그녀는 예의 그 까칠함으로 대꾸했다. "조용히 가고 싶습니다." 기본요금 거리는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와 토요일 정체에 더디기만 했다. 그는 그 사이 프로필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대학과 전공 과목에서 은행에서 명예퇴직하기까지, 그는 택시 운전을 하는 지금의 처지를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룸미러 속으로 슬쩍 본 그는 내 또래로 단단한 표정을 한 남자였다.

열심히 일할 나이에 퇴직한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끝이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앞만 보고 달리는 맹목적인 삶을 택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았는지 허탈하다고 했다. 그에게는 택시 운전 경력 3년을 쌓은 뒤 개인택시를 할 야무진 꿈이 있었다. 행여 비 맞을까 우리를 아파트 현관 앞까지 데려다 준 그는 여전히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차를 돌려 멀어졌다. 이런 날이라면 기꺼이 누군가의 말벗이 되어주어도 좋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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