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 정부 공무원 가족에게 주어지는 건강보험 혜택을 동성 커플에게도 확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헌신적인 직원들이 다만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며 이 같은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연방 공무원의 동성 배우자 역시 가족으로 인정돼 의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또 동성 파트너가 아플 경우, 간병을 위한 병가를 신청할 수도 있다. 이는 외교관들에게도 해당된다. 외교관의 동성 파트너도 해외 임지에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포괄적 의료 보장과 생명 보험 등은 제외된다.
동성 커플의 권리를 인정한 것은 최근 오바마 정부가 대선 캠페인 당시 약속했던 동성 권리 확대에 지지부진하다는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성간 결혼만 인정하는 '결혼보호법' 때문에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동성애자 공무원이 낸 소송에서 연방 법원이 국가의 손을 들어주면서, 동성애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1999년 제정된 결혼보호법은 ▦연방정부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으며 ▦동성 커플 결혼을 금지할 권한은 각 주에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동성애 이익 단체인 인권캠페인의 조 솔로네스 대표는 판결 결과에 대해 15일 "우리의 결혼은 근친상간보다 못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고 규탄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 결혼보호법 폐지 의사를 밝히면서 동성애 지지자들의 표를 얻었다. 때문에 내년 중간 선거와 2012년 차기 대선을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바마는 기본적으로 결혼을 남녀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성커플이 결혼은 하지 않은 채 가정을 이루는 방식에는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전국 게이ㆍ레즈비언 태스크포스 행동기금의 리아 캐리 이사는 "이제 벽돌 하나를 쌓은 셈"이라며 "증오 범죄나 고용 차별 또는 결혼보호법 철폐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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