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해임 건의를 결정한 정효성 한국산재의료원장, 강한섭 영화진흥위원장, 박명희 한국소비자원장, 김동흔 한국청소년수련원 이사장 등 4명은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평가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미흡' 평가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다. 일부 기관장은 정부 평가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정부가 해임 건의를 결정한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박 원장에 대한 해임 건의 결정을 예상치 못한 듯 몹시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기관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보다 개선됐기 때문에 해임 건의의 충격은 더 컸다. 박 원장은 이날 오전 미래소비자포럼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으나, 오후부터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정효성 산재의료원장은 "취임 이후 11개월간 최선을 다해 일한만큼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 수긍한다고는 말 못하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이들 4명의 경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해임 건의키로 의결함에 따라 해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주무부처 장관에게 해임을 건의하면, 조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장 평가를 통해 공공기관장이 해임된 사례는 국민의 정부 때인 2001년 당시 박문수 광업진흥공사에 대한 해임 건의가 유일하다. 박 전 사장은 당시 자진 사퇴했었다. 이번에도 해당 기관장들이 해임 결정이 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평가 결과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성과 부진(50~60점)으로 '옐로카드'에 해당하는 '경고' 조치를 받은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방송광고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감정원 등 17개 공공기관장들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다음 평가에서도 '경고' 조치를 받으면 '해임' 건의되기 때문에, 1년 안에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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