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이 방송 제작과정에서 광우병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과장ㆍ왜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보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지적도 일고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18일 PD수첩 제작진 조능희ㆍ송일준ㆍ김보슬ㆍ이춘근 PD와 작가 김은희씨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주저앉는 소(downer)'를 광우병 소로 왜곡하고 미국인 아레사 빈슨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했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방송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팀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제작진이 ▦의도적인 오역 및 번역 생략 ▦객관적 사실 왜곡 ▦설명 생략 등의 방법으로 보도 내용의 핵심적인 30개 장면에서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 사실을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제작진이 미국 현지에서 취재한 10여 개 장면과 관련해서는 방송의 의도에 맞는 부분만 발췌하거나 번역을 임의로 한 뒤 자막으로 내보내 방송심의규정 중 공정성 원칙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정부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필요하지만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며 "사실을 왜곡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당연히 처벌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PD와 PD수첩측 김형태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기소는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제한한 정치 수사"라며 "공소사실도 전혀 사실과 다른 만큼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의 공소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뒤, "이 사건을 수사하던 부장검사가 사표를 내고 엎은 것을 검찰이 다시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임수빈 형사2부장이 제작진을 기소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내자 올해 1월 형사6부에 사건을 재배당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한편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 정권에 강한 반감을 표현한 내용이 담긴 작가 김씨의 개인 이메일을 공개해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6월 지인에게 보낸 '광우병 때는 얼마나 광적으로 일을 했었는지, 아마도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 등의 이메일을 공개하며 "왜곡방송의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