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길, 그 어느 곳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 중 특히 추천하는 코스는 청평호를 끼고 달리는 391번 지방도 구간이다. 낭만의 경춘가도에서 갈라져 나와 청평댐 바로 직전에서 시작하는, 호수를 끼고 달리는 길이다.
길은 호수를 차창에 달고 달리다가, 산중턱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청평호를 다른 각도에서 비춰주며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길은 청평면 고성리 호명산 자락에서 갑자기 알프스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이국적인 마을과 만난다. 프랑스를 테마로 한 문화마을 '쁘띠 프랑스'다. 산비탈을 타고 하얀색 건물 2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 마을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로 유명세를 탔다. 강마에(김명민 분)의 지휘자실, 단원들의 연습실 등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이들이 찾고있다.
언덕을 그대로 살려 자연미를 강조한 마을은 건물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오르골 하우스.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오르골 골동품들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준다.
쁘띠 프랑스 안에선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와 관련된 조형물을 여럿 볼 수 있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생택쥐페리 기념관에는 작가의 일대기와 가족 등과 관련된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어리왕자', '야간비행' 등 대표작에 대한 자세한 해설도 기록해 놓았다.
프랑스 주택전시관은 150년 전에 지어진 현지의 전원주택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이다. 오래된 목재와 기와 등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3층짜리 전망대에 오르면 청평호와 호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숙박할 수 있는 객실도 갖추고 있다. 입장료는 조금 비싸다. 어른 8,000원, 학생 6,000원, 어린이 5,000원. www.pfcamp.com (031)584-8200
쁘띠 프랑스를 지나 복장리에서 호명호수를 거쳐 산너머 상천역으로 빠지는 길도 매혹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시야에 호수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길은 깊은 산속으로 안내한다. 길게 드리운 나뭇가지가 초록의 터널을 이루고 있는 길이다.
호명호 주차장에서 반대편 상천역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도 초록의 농도는 묽어지지 않는다. 그 길의 중간쯤 고혹적인 저수지가 시선을 붙든다. 낚시터로 운영되는 상천지다. 3만㎡가 넘는 저수지는 온통 초록의 병풍으로 둘러싸였다.
저수지 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좌대가 쭉 늘어섰다. 산비탈의 초록이 그대로 물속에 텀벙 뛰어들었는지 물 속에 녹아든 산빛이 참 곱다. 초록이 가득한 이런 호수에선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도 기분이 좋을 듯하다. 숲을 숨쉬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상쾌하게 충만할 것이다.
이곳의 좌대는 170개. 1급수의 물에는 붕어 향어 베스 메기 등을 건질 수 있다. 다른 낚시터와 달리 좌대로 음식을 배달해주지 않는다. 취사도 금지됐다. 물을 맑게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좌대 대여비 하루 3만원. (031)585-8088
복장리에서 호명호수쪽으로 오르지 않고 계속 강을 끼고 달리면 남이섬을 스쳐 가평읍으로 향한다. 강물엔 이제 제철을 맞은 수상스키 마니아들이 열정의 파문을 그려넣고 있다.
가평=글·사진 이성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