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ㆍ염혜원 그림/비룡소 발행ㆍ93쪽ㆍ9000원
함민복 시인이 바닷속 생물을 관찰하면서 쓴 동시 43편을 엮었다. 비룡소가 펴내고 있는 '동시야 놀자' 시리즈 제7권이다.
충청도 시골 면 소재지 출신인 함 시인은 척박한 세상을 견뎌내는 누렁황소 같은 영혼의 풍경을 따뜻한 밥맛이 감도는 순한 언어로 표현해왔다.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에서 그는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라고, 가난한 시인의 내면을 그려냈다.
<바닷물 에고, 짜다> 는 10년 전부터 그가 강화도 바닷가의 빈집을 빌려 바다와 갯벌, 물고기, 어부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알게 된 바다 생물의 이야기를 동시로 그려낸 것이다. 시인은 장난꾸러기 아이 같은 동심으로 돌아가 왁자지껄하고 풍성한 바다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바닷물>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물고기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시인은 '물고기들은/ 물고기들은// 비가 온다고 말하지 않고/ 동그라미가 온다고 하지 않을까// 봄동그라미/ 소나기동그라미 …(중략)… 눈이 큰 물고기일수록/ 동그라미 오는 것을 좋아하는/ 물고기 아닐까'('비'에서)라고 노래한다. 어린이들이 갯벌에 찍힌 발자국만으로 도요새의 생각을 읽는 법도 나온다. '뻘에 찍힌/ 도요새 발자국// 조촘조촘 멈춘 자리/ 무슨 생각 망설였을까'('도요새 발자국' 중에서) 같은 식이다.
시와 함께 실린, 색감이 엷으면서도 만화처럼 밝고 선명한 일러스트는 생김새와 습성이 독특한 바다 생물의 이야기와 생태를 유쾌하게 묘사했다. 올해 볼료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볼로냐라가치상을 수상한 재미 작가 염혜원씨가 그렸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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