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현대미술의 트렌드는 어떤지, 혹은 요즘 젊은 작가들 중 누가 '잘나가는지' 궁금하다면 서울 삼성동에 있는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에 가보길 권한다. '감성론'이라는 제목 아래 권오상(35) 이동기(42) 이수경(46) 이환권(35) 정연두(40) 신기운(33) 홍경택(41)씨 등 요즘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기 작가 7명의 최근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
"국내 컨템포러리 미술을 주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동시대 미술과 대중의 다양한 감성이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갤러리 측의 설명이다. 7명 중 5명은 조각, 2명은 회화를 전공한 작가들인데 작품에서는 그런 구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장르를 넘나드는 것들이 많다.
처음 만나는 작품은 신기운씨의 비디오아트. 서양장기인 체스의 말이 그라인더에 갈려 가루가 되는 과정을 찍고 다시 역순으로 재생시켜 소멸과 생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거꾸로 뒤집힌 빈 잔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창 밖의 풍경이 물에 비쳐 나타나는 작품은 2주 동안 물이 자연증발되는 장면을 찍어 거꾸로 돌린 것이다. 영상매체의 테크닉을 통해 사라짐은 곧 생성임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 록밴드 킨의 앨범 재킷 작업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권오상씨는 '가벼운 조각'을 만드는 조각가다. 모델의 신체를 부분별로 조각조각 나누어 촬영하고, 그것을 스티로폼 위에 이어붙여 인물의 형상을 완성한다. 플라스틱 코팅을 입혀 완성한 그의 사진 조각들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전통적 조각 기법과 개념을 활용하고 있지만, 재료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의 또다른 시리즈인 '플랫'은 명품 잡지에서 오려낸 값비싼 시계와 장신구의 사진을 늘어놓고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 평면과 입체를 뒤섞은 작품이다. 오토바이에서 바퀴를 떼어낸 '바이크 토루소'도 여러 대 놓였다.
정연두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작 '시네 매지션'(Cine Magicianㆍ영화 마술사)의 첫 번째 버전을 선보였다. 미술사 이은결씨가 무대에서 마술을 하고 있고, 그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카메라 속에 담긴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11월 뉴욕에서 열리는 퍼포먼스 비엔날레인 '퍼포마(Performa) 2009' 초청으로 만들어졌으며, 인터알리아에서는 4분의1 분량이 상영되고 있다. 이밖에 유치원생들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든 '원더랜드' 시리즈, 장소를 로케이션하고 인위적으로 조작해 촬영한 '로케이션' 시리즈 등 사진작업들도 걸렸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결합한 '아토마우스' 캐릭터로 유명한 이동기씨는 요즘 화면의 하단에는 팝아트적인 아토마우스 이미지를, 상단에는 추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절반으로 뚝 잘린 화면의 아래 위는 같은 작가가 그렸다고 상상하기 힘들 만큼 이질적이다.
해외 경매를 통해 스타 작가로 떠오른 홍경택씨의 '펑케스트라' 시리즈는 화면을 촘촘히 메운 화려한 패턴 속에 대중 스타들의 얼굴이나 해골, 십자가 등을 그려넣어 세속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을 동시에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존 레논, 프린스 등 해외 팝스타의 얼굴이 나왔다.
사람의 형태를 왜곡시키는 작업을 하는 조각가 이환권씨는 버스정류장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길쭉하게, 한 공간에 모인 가족의 모습은 마당의 장독대처럼 납작하게 찌부러뜨렸다. 이수경씨는 깨진 도자기들을 이어 붙이고 그 이음매를 금박으로 치장한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를 내놨다. 7월 16일까지. (02)3479-0164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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