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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제는 학부제가 최고라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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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제는 학부제가 최고라고 하더니

입력
2009.06.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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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부제 폐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세대가 학과별 모집을 공식화한 데 이어 서울대의 7개 단과대가 학부제 대신 학과별 모집을 대학본부 측에 최근 요구했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와 국립대들도 학과별 모집을 검토 중이어서 학부제 폐지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학과별 모집 회귀는 학부제의 부작용과 폐단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전공 선택 과정에서 비인기 학과 외면 현상을 심화시켜 일부 학과는 폐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장 써먹기 편한 인력을 요구하는 기업적 가치관이 득세한 결과이기도 하다. 취업이 잘 되는 전공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대학이 추구해야 할 학문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무시되고 기초 학문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궁극적으로는 시류에 휩쓸려 맹목적으로 학부제를 선택한 대학과, 학부제 채택을 강권한 정부의 책임이다. 재정난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대학이 앞 다퉈 학과 증설에 나서자 정부는 1995년부터 유사 학과 통폐합을 통한 학부제로의 전환을 유도했다. 대학들은 학부제가 학문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학문간 상호 교류로 폭 넓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학부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중심 연구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학과제로의 회귀는 대학이 학부제 시행 전 거듭 지적된 학부제의 폐단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충분한 준비 없이 도입됐지만 시행 과정에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후속책이 마련됐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심각한 것은 학과제 회귀 과정에서도 과거 대학들이 보여준 구태가 재연되고 있는 점이다. 성적 우수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울대 등 명문대가 하면 우리도 따라 해야 한다는 식의 줏대 없는 태도가 어김없이 발동될 태세다. 백년대계를 위한 대학 교육의 근본적 변화에는 관심조차 없이 학교 이기주의에 함몰된 대학에 학과제가 학부제 후유증을 치료할 묘약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과제 도입에 앞서 과거 학부제 도입 전후의 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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