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가히 '이석채 쇼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KT안에서는 "민영화(2002년) 이후 지난 7년간의 변화 보다 이석채 사장 취임 이후 6개월간 바뀐 게 더 많은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올 1월14일 취임과 동시에 이 사장은 변화와 개혁을 얘기했다. '살아 남으려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KT사장으로서 그의 경영철학. "공기업의 때를 벗지 못한 채 거대기업으로서 시장에 안주했다가는 머지 않아 침몰할 수도 있다"는 것이 KT에 대한 그의 1차적 진단결과다.
그의 변화실험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한 순간도 수술이 멈춘 적이 없다. 한 KT 직원은 "하나하나가 충격이고 어찌나 빨리 바뀌는지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지난 6개월을 평가했다.
사람을 바꿔라
이 회장이 KT에 일으킨 가장 큰 변화는 파격적인 용인(用人)술. KT의 중요 요직에 외부 인재들을 적극 영입했다.
이 회장이 스카우트한 외부인사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코퍼레이트센터(CC). KT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중의 핵심부서다. CC내 그룹전략팀장을 맡은 김일영 부사장은 영국 최대 통신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출신. 경영시너지 부문 한동현 상무는 소프트뱅크벤처스 한국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KT입장에선 회사의 미래전략을 짜는 '두뇌'를 '점령군'에게 내줬으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진짜 개혁을 하려면 머리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렇다고 기업인 출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계와 언론계까지 망라되어 있다. 대외협력부문장(부회장)에는 이 회장이 과거 정보통신부장관 시절 함께 일했던 석호익 전 정통부 기획관리실장이 영입됐으며, 대외전략실장(부사장)엔 조용택 전 조선일보 부국장이 선임됐다. 향후 KT의 기술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기술전략실장에 한국오라클 사장을 지낸 표삼수 사장이 영입됐다.
여성 3인방
여성 인력의 중용도 눈길을 끈다. 개인고객부문 전략본부장에 임명된 양현미 전무는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장 출신이고, 홈고객 전략본부장을 맡은 송영희 전무는 LG생활건강에서 마케팅상무로 일했다. 그리고 21일엔 기술고시 출신으로 KT 베이징 사무소장, 미디어본부장, 남부 법인사업단장을 거친 이영희 전무를 기업고객 전략본부장에 선임했다.
이로써 KT의 3대 영업 축인 개인고객부문과 홈고객부문, 기업고객부문의 전략본부장이 모두 '여성천하'가 됐다. 특히 양 전무와 송 전무는 외부출신으로, 통신과는 관계없는 분야 출신. 이 같은 파격인사 배경에 대해 이 회장은 "고객 취향은 여자가 더 잘 안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 문화를 바꿔라
이 회장은 관점의 변화를 요구했다. 공급자 마인드에서 수요자 마인드로, 회사의 관점 보다는 시장의 관점. 과거 상품에 따라 나눠졌던 조직을 소비자에 맞춰 홈고객, 개인고객, 기업고객 등 3개 부문으로 개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권한 분산과 책임경영 차원에서 소사장제(CIC)도 도입됐다.
과거에는 전국에 퍼져있는 임원들이 회의 참석차 경기 분당 본사로 모였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시간을 아끼라"는 이 회장의 질타로 화상회의 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 그는 회의 때도 명확한 결론과 전망을 내놓을 것을 임원들에게 요구한다.
이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진나라 효공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진나라 효공은 국력배양에 제일 중요한 요소로 자신의 변화를 꼽았다. 스스로 달라지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 회장은 '중단없는 변화'를 통해 2012년까지 매출이 현재보다 3조원 늘어난 27조원, 영업이익률은 현재보다 3%포인트 증가한 11.4%, 가입자는 올해 말 예상치의 7배인 21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야심한 '3ㆍ3ㆍ7플랜'을 제시했다.
6개월의 실험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KT에 대한 시선도 '변화의 무풍지대'에서 '태풍의 눈'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 회장의 행보가 궁극적인 KT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질지, 아니면 3년의 충격요법으로 끝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개혁드라이브에 대한 내부역풍은 없을지, 정말로 조직ㆍ인사개혁이 통신품질 및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지, 나아가 궁극적으로 실적개선이 뒷받침 될 지가 관건이란 얘기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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