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보수와 개혁세력간 충돌이 극단적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음에도 20일 수도 테헤란에서는 선거무효와 재선거실시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간 큰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미르 호세인 무사비 개혁파 후보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선언을 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난하면서 양측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20일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21일 보도했다. 프레스TV는 '폭도'들이 테헤란의 모스크에 불을 질렀고 주유소와 군 초소도 습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NN방송은 테헤란 시내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일 발생한 시위로 최소 1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대선 후 일주일 동안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150명이 숨졌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 정부의 언론보도 통제로 정확한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병원으로 후송되는 시위 참가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미뤄 시위가 과격해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란 보안당국은 21일 무사비 전 총리를 지지했던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를 20일 시위에서 군중을 선동한 혐의로 체포했다.
무사비 후보를 지지하는 시위대 3,000여명은 20일 오후 테헤란 시내 혁명광장과 테헤란 대학 인근에 모여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 지도층을 규탄했다.
이란 정부는 전날 하메네이가 무사비 후보 지지자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점을 들어 최루탄과 물대포, 곤봉을 이용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테헤란 상공에는 헬리콥터가 맴돌며 시위대를 감시했고 공포탄이 발사되기도 했다. 15일 집회에서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7명을 사망케 한 민병대원도 배치됐다.
강제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곤봉으로 마구 때려 50∼60명이 병원에 옮겨졌으며 일부 참가자는 외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돌을 던지고 민병대 오토바이에 불을 지르며 맞섰다. 흥분한 일부 시위대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세력 본부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종전보다 훨씬 과격한 방법으로 대응했다.
하메네이는 19일 금요 예배에서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은 신의 선택"이라며 거리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시위가 계속되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사비 후보는 20일 헌법수호위원회에 대선 결과 무효를 주장하는 서신을 보내며 하메네이를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사비는 "나는 순교자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이 당국에 체포되면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양측 대결이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시위가 이란에서 신성시돼온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역하고 강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탄테러까지 발생해 이란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1979년 왕정붕괴를 이끌며 이란혁명을 주도한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묘역 근처에서 20일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순례자 3명이 다쳤다고 이란 IRNA통신이 전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대선투표함 10%를 무작위로 추출해 재검표할 준비가 됐으며 24일까지 부정선거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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