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물그릇'확대의 불가피성을 전제하지 않은 논란은 무의미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연간 강수량은 늘어났지만 강수 편중이 심해져 홍수와 가뭄 우려는 오히려 커졌다. 4대강 사업이 홍수와 가뭄 극복을 위한 물그릇 확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대로 추진되면 4대강의 최종 모습은 현재의 한강 수계와 흡사해질 것이다. 한강 본류에는 많은 댐과 보가 설치돼 있다. 북한강은 '평화의 댐'과 화천 춘천 소양 의암 청평댐을 거친다. 충주와 횡성댐을 지나 남한강과 팔당댐에서 만나, 그 아래 잠실 수중보와 신곡 수중보로 흘러간다. 이런 댐과 보는 하류의 수질개선과 용수공급의 축이자 청정 수력에너지원이다. 2,400만 명의 수도권 인구가 물 걱정을 하지 않는 게 모두 그 덕분이다. 이 큰 물그릇을 후손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는 것만도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큰 물그릇의 이면에는 수생태계의 변화가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의 힘은 정말 놀랍다. 흔히 수도권의 식수원으로 여기는 팔당호가 실은 국내 최대의 생태보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급수 수준의 깨끗한 물에 수백 종의 동ㆍ식물성 플랑크톤, 130여 종의 관속식물, 70여 종에 이르는 바닥동물이 자생하고 있다. 인접 하천 구역을 포함, 50여 종의 민물고기와 수많은 철새 손님을 부양하고 있다. 물그릇을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태계가 얼마든지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 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강에 비해 다른 수계의 물 사정은 딱하기 짝이 없다. 특히 낙동강 수계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지역을 지나는데도 물그릇이 제대로 없다. 중류 유역에 공단을 비롯한 오염원이 집중돼 하ㆍ폐수 희석이 어려운 갈수기의 수질은 심각하다.
이처럼 수량이 부족하고 오염도가 높은 하천의 중ㆍ하류를 적절한 수질개선 대책 없이 보로 가로막아 두면 조류(藻類)의 대량 발생으로 수질이 악화할 우려가 커진다. 그러나 물이 고이면 무조건 썩는다는 생각은 과학적으로 통할 수 있는 상식이 아니다.
체류시간이 수백일이나 되는 소양호나 충주호에 녹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P) 농도가 낮기 때문이다. 갈수기에 흔한 조류 발생을 억제하려면 선진국에 비해 관대한 방류수 기준을 강화해 하ㆍ폐수 처리장의 방류수를 통해 유입되는 막대한 양의 인을 줄여 본류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준설에 대한 논란도 많다. 모래가 하천생태계 유지에 기여하고, 자정작용을 돕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국내 하천은 하상계수가 너무 커서 반복적으로 물이 차고 말라 수변의 교란이 심하다. 이런 곳은 오히려 수위가 안정될 경우 수변 식생이 자연히 발달할 수 있다.
보를 축조해 유속이 느려지면 준설을 하지 않아도 수생태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수변 공간까지 포함한 새로운 범위에서 한결 풍요로운 수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대체 서식지 조성과 멸종 위기종의 인공 증식ㆍ배양, 강변 습지조성 등을 통해 완만하고 안정된 수변 공간을 만들면 된다. 수변 공간을 항상 물이 차 있고 생물이 번성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기존 생태계의 변화가 가져올 아픔을 보상할 수 있다. 맑은 물과 생물이 넘치는 팔당호 같은 모습을 낙동강과 영산강, 금강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공동수 한강물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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