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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언론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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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언론이 문제다

입력
2009.06.2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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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문제다, 언론 때문에 나라 망하겠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밖에서 듣기 전에 언론인들 자신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독재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려 진실을 보도할 수 없던 시절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공포와 치욕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자유를 누리게 된 지금 언론은 탄압 때문이 아니라 이념 때문에 스스로를 훼손하고 있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좌우 갈등의 싸움터에서 어느 한 쪽에 가담함으로써 언론의 공공성이 위협 받고 있다. 좌우 갈등은 언론에 의해 더욱 확대되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언론의 취약성 한꺼번에 터져

30여 년이나 계속된 군사독재 아래 생존하기 위해 침묵했던 대다수 언론인들은 자나깨나 언론의 자유를 갈망했지만, 자유의 바다를 바르게 헤엄치는 훈련을 받지는 못했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의식도 키우지 못했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자유를 누리게 된 언론의 상황은 이처럼 취약했다. 언론인은 곧 지사(志士)를 의미했던 옛 선배들의 직업정신도 이어지지 못한 상태였다.

군사정권이 끝나자 언론은 상업화를 향해 달리며 무한경쟁에 돌입했고, 좌우의 갈등과 정권교체가 거듭되는 동안 이념전의 선봉장이 되었다. 젊은 기자들까지 자사 이기주의에 안주했고, 자사의 성향에 따라 취재대상을 선택하는 관행에 빠지기도 했다. 직업정신은 이념과 선정주의 경쟁에 함몰되었다. 언론기관과 언론인들 사이에서 동업자로서의 연대감은 깨지고 보수냐 진보냐, 내 편이냐 적이냐는 구분을 하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와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언론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신문 방송들이 취재경쟁에 열을 올리며 이성을 잃고 동분서주하는 동안 국민은 언론을 지켜보며 한탄하고 있었다. 한국일보가 노 전대통령 장례를 치른 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 전 대통령 자살 사건에서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2개의 복수 응답을 하게 한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언론(40.3%), 노 전 대통령과 가족 (38.2%), 이명박 대통령 (36.6%), 검찰 (31.8%) 등에 책임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나만 선택하게 한 질문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가족(31.6%), 이명박 대통령 (22.5%), 언론 (20%), 검찰 (10%) 순이었다.

이 충격적인 결과 앞에서 언론은 그 이유를 찾고 반성하기보다 서로 삿대질하며 싸우고 있다. "보수지들이 노 전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몰아 자살하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리혐의가 드러나자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하라고 비난하던 진보지들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 "진보지는 비판을 했지만 보수지들은 증오하고 저주하지 않았느냐" 등등 공방전이 시끄럽다. 보수지와 진보지의 전쟁은 언소주(언론소비주권국민캠페인)의 보수지 광고 불매운동이 뒤를 잇자 죽고 살기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념에 앞서 직업정신 회복을

언론은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 좌파 신문, 우파 신문이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어느 한 쪽에 가담하여 싸운다면 누가 신문을 신뢰하겠는가. 정론지를 표방하는 신문의 사설이 격문(檄文)이나 삐라로 전락한다면 신문의 격을 누가 되살려 주겠는가. '정론지의 죽음'이라는 개탄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정권 교체를 이룬 가장 큰 힘은 전 정권에 대한 실망에서 나왔다. 보수에 대한 염증으로 진보정권이 탄생했고, 진보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보수정권이 탄생했다. 진정한 좌파언론이나 우파언론은 자기가 지지하는 세력이 잘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무조건 편을 들거나 상대를 헐뜯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걱정해야 할 언론이 이념전에 가담하여 진흙탕 싸움을 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언론은 이념에 앞서 직업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만이 언론의 살 길이다. 언론은 지금 군사독재시절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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