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주요 단과대들이 현재 학부·계열별로 신입생을 뽑는 방식에서 학과별 모집으로 되돌아가는 방안을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대가 단과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학부제 시행 9년 만인 2011학년도부터 학과별 모집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립대와 주요 사립대들도 학부제에서 학과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학가에 학과별 모집이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대 인문대ㆍ사회과학·자연과학·공과·농업생명과학·사범·생활과학대학 등 7개 단과대학은 최근 신입생 모집 단위를 학과별로 바꿔 달라는 건의서를 잇따라 대학본부측에 제출했다.
사회대는 인류·지리학과군과 정치·외교학과군을 제외한 모든 학과가 개별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건의했고 자연대는 수리과학부·통계학과군을 수리과학부와 통계학과로, 사범대는 외국어교육계열 등으로 2개씩 묶인 모집단위를 학과별로 분리해줄 것을 각각 요청했다.
공대도 공학계열과 전기공학부·컴퓨터공학부군을 모두 해체해 학과별로 모집하고 기계항공학부의 경우 기계학과와 항공우주공학부로 분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대는 올해 초 구성한 '모집단위 재조정 방안 연구팀'이 단과대별 의견서를 취합한 뒤, 이달 말께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명환 서울대 교무처장은 "광역별ㆍ계열별 모집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어서 연구팀이 이를 참고해 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1998년 두뇌한국(BK)21 사업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2002학년도 입시부터 모집단위를 학부ㆍ계열별로 광역화했다.
앞서 올해 1월 대학생 모집 단위를 복수의 학과 또는 학부 단위로 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 령이 폐지돼 학부제에서 학과체제로의 전환이 예고됐다. 연세대가 지난 3월 학부별 모집 방식을 폐지했고 건국대도 2010학년도부터 문과대와 이과대 신입생을 학과별로 모집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와 전남대 등 국립대도 학과별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들의 학과별 모집 전환 움직임은 학부제가'비인기학과 고사'현상을 심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학년 전공 선택시 인기학과에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비인기학과는 폐과위기에 몰릴 정도로 찬밥신세라는 것이다.
특히 비인기학과 대부분이 기초학문이라는 점에서 기초학문 연구자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비인기학과에 배정된 학생들 상당수는 전공을 도외시한 채 실용학문 복수전공이나 각종 고시 또는 취업준비에 골몰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과별 모집은 통섭ㆍ학제간 교육이 강화되는 세계적 교육추세에 퇴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대 등 시대변화에 맞는 학문 융합이 필요한 곳에서는 학과 체제가 학제간 장벽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밥 그릇 지키기 수단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학과별 모집의 배경에는 우수한 학생을 놓치지 않으려는 '학과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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