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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광장에 선 무사비 神政체제에 맞설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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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광장에 선 무사비 神政체제에 맞설 태세

입력
2009.06.2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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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神政) 체제에 대한 도전인가.'

대선에서 패배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이란 총리가 세 결집에 나섰다. 18일 대규모 집회를 촉구하는 등 시위 확산을 꾀하기 시작했다.

무사비는 17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를 18일 열어 이번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자"고 주장했다. 사태 봉합을 시도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의도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AP통신은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하메네이를 향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해석했다.

이란은 신정체제 국가로 대내외 주요 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최고 지도자가 갖고 있다. 따라서 최고 성직자 회의에서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하메네이의 의중이 국가 운영의 가장 결정적 변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란 내무장관이 작성한 서류에는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을 선택, 무사비가 승리한 선거 결과를 뒤바꿨다고 돼 있다"며 하메네이의 막강한 파워를 소개했다.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15일 "투표 성향은 달라도 모두 이슬람 공화국 안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된 일부 지역의 의혹을 조사하라고 혁명수호위원회에 지시했다. 사태를 진정시킬 명분을 찾고 보수파를 결집시키려 한 것이다.

1981~89년 하메네이 밑에서 총리를 지낸 무사비도 그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15일 유혈사태로 7명이 숨졌지만 무사비는 현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지 못했다. 오히려 평화 시위를 당부함으로써 세 확산의 기회를 차버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휘청거리던 무사비를 테헤란 광장이 일으켜 세웠다고 보도했다. 당국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시위대가 매일 광장에 모였으며 특히 대선 결과가 발표된 뒤로는 그 인원이 수십만명, 전국적으로는 200만명으로 불어나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보수주의의 상징 '검은 차도르'로 몸을 감싼 여성은 물론 택시 운전사, 노인, 공무원까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에 동참했다. 보수적인 도시 마슈하드와 남부의 시라즈 등 이란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10년 전 테헤란대학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개혁 성향의 학생들이 주도한 것과 달리 이번 시위에는 중ㆍ상류층이 함께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신정체제를 떠받치는 종교 집단마저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명망 높은 종교 지도자이자 전 대통령인 하셰미 라프산자니는 개혁파를 규합하며 선거의 부당함을 알리는 반정부 시위를 조직, 하메네이 등 보수파를 압박하고 있다.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역시 무사비에게 힘을 보태고 있으며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 등 명사들도 재선거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태도도 중요 변수다. 이란 정부가 미국이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로버스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선거 방식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부정선거 의혹의 해소가 이란 정부에 달려 있으니 우리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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