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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당 지지율 원위치는 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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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당 지지율 원위치는 당위

입력
2009.06.2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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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덕분에 치솟았던 민주당 지지율이 '원위치'했냐를 두고 정치권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당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민주당에 재역전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양당 간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누구 얘기가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드시 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골통 보수'에 만날 집안 싸움이나 하는 한나라당이 좋아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민주당에는 노 전 대통령 서거의 과실을 받아 챙길 만한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으로서는 은인이다. 서민 후보라는 이미지와 도덕성을 무기로 16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현재 민주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새천년민주당에게 집권의 기회를 줬다. 2004년에는 야당들이 그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자 위기를 정면돌파해 17대 총선에서 지금의 민주당으로 골간이 이어지는 열린우리당에게 과반 의석을 안겨 줬다.

그러나 이후 좌우를 오락가락하는 정책과 아전인수식 독선에 국민들이 넌더리를 치면서 그의 지지율이 가라앉자 우리당도 덩달아 바닥을 헤맸다. 우리당 의원들은 17대 대선이 코 앞에 다가왔는 데도 당 지지율이 10% 대를 맴돌자 노 전 대통령 버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속속 우리당을 떠났고, 이후 몇 차례 이합집산 끝에 통합민주당(대선 후 민주당으로 당명 변경)으로 재통합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은 모습의 전형이었다. 창피스러운 배신까지 하면서 변장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결국 재집권에 실패했다.

이후에도 민주당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는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4월 그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민주당의 경원은 절정을 이뤘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불행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연유로 이것을 받게 됐는지 명백한 진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 같은 충격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그런데 야박하게 굴던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돌변했다. 상주를 자임하더니 노 전 대통령 정신의 계승을 되뇌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에 의해 살해됐고, 특검을 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며칠 전까지 노 전 대통령 때리기의 선봉에 섰던 두 최고위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말 화려한 변신이었다. 노 전 대통령 조문 열풍을 타고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얄팍한 상술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민주당이 서거 정국을 통해 지지율이 올랐다는 보도를 보면서 참 씁쓸했다. 노 전 대통령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죽였던 민주당이 봉하마을에, 민간분향소에, 시민사회단체 집회에 얼굴을 내민다고 해서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됐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 주장 대로 민주당 지지율이 도돌이표를 그린 것이라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지지율이 그대로라고 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다. 바로 과거를 반추하면서 민주당의 본 모습을 확인하고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그들이 노 전 대통령을 팔면서 국회 밖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지지 철회 시기는 더 당겨질 것이다.

이은호 정치부 차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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