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숙명여대 '4선 총장'을 지낸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이 재단을 대구에 두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5월 한국학술진흥재단 한국과학재단 주택금융공사의 국가단위 장학사업 및 등록금 업무가 통합해 발족한 장학재단은 정부 출연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대구에 본거지를 두는 것으로 출범 전에 일찌감치 결정됐으나, 이 이사장이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장학재단의 '대구 둥지 틀기'가 무산될 경우 정부 출연기관의 지방 이전 첫 불발 사례로 기록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장학재단을 관할하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제출하라는 긴급 공문을 발송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교과부 고위관계자는 21일 "한국장학재단 측이 최근 대구에 본부를 두는 게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가지 이유와 함께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장학재단 측은 금융기관 특성상 서울에 본부를 둬야 채권발행 등 금융 관련 업무를 제때 처리할 수 있고, 현재 대구에 이전 건물도 확보되지 않았으며, 정부 방침대로 대구에 본부를 두고 서울에 사무소를 둘 경우 본부-사무소 간 업무 융합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대구 거부' 사유로 제시했다.
이런 방침은 이 이사장이 정해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이사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취임 후 업무량이 많아 대구 이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여력이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이 이사장은 그러나 "(장학재단의 채권발행 및 대출업무 등)당면한 현실을 보면서 (대구 이전 문제를)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이전 반대에 무게를 실었다.
장학재단의 대구 이전을 기정 사실화했던 교과부는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장학재단이 서울에 남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방균형발전 계획에 따라 정부 출연기관의 지방 이전이 확정됐는데, 장학재단만 거부하겠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학재단이 대구에 있더라도 서울 사무소는 존치하기 때문에 금융업무 처리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재단 정원은 총 120여명으로 이중 90명은 대구 본부에, 30명은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키로 되어 있다.
한편 올해 한국장학재단의 예산 규모는 총 2조원 안팎이다. 1조6,000억원 가량이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용이고, 나머지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장학금 및 이공계 국가장학생, 근로장학생 등 장학금 용도로 쓰인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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