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입력
2009.06.23 01:51
0 0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작ㆍ연출 김재엽)는 정적이면서 동적이다. 객석이 100개에 불과한 작은 공연장. 그나마 무대의 절반은 5,000여권의 헌책이 꽂힌 책장들의 차지다.

출연 배우는 4명뿐이고 동선마저 단조롭지만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다. 헌책을 모티프로 삼아 대학 시절을 추억하는 주인공들의 삶, 더불어 그 추억의 배경이 된 한국의 현대사를 부지런히 되짚어야 하기 때문이다.

극의 시점은 '오늘'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국문학과 91학번 동기 재하(김원주), 현식(우돈기), 광석(선명균)은 여자 동기 유정(김유진)이 문을 연 헌책방 '오늘의 책'에서 오랜만에 마주한다.

현식은 교수와의 불화로 박사과정을 포기했고 독립영화 감독이 된 재하는 이제 막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력 일간지 문화부 기자 광석은 이혼을 준비 중이다.

학생운동이 쇠퇴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 대학 생활을 경험한 이들은 여전히 행동하지 못하는 지식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극은 세 친구가 과거 유정에게 품었던 감정, 죽은 운동권 선배 지원에 대한 질투와 죄의식을 풀어냄으로써 주변인의 서글픔을 그린다.

먼지가 풀풀 날릴 듯 헌책방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 등 연출가의 세밀함은 돋보이지만 인물간 갈등을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야기가 다소 헐겁다. 다만 대사뿐 아니라 무대와 소품까지 철저히 90년대 초의 대학가를 염두에 두고 완성한 까닭에 당시에 대학을 다닌 30대 중ㆍ후반 관객이라면 향수와 함께 강한 매력을 느낄 법하다.

물론 한때 치열한 삶의 열정을 가졌으되 세월의 변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슬픔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만큼은 세대와 관계없이 공감할 만한 요소다.

공연이 끝나면 극장 안은 진짜 헌책방이 된다. 소품으로 활용된 책이 1,500~2,000원에 판매되며, 수익금은 김해 기적의도서관 건립 비용으로 기부된다. 7월 5일까지 연우소극장. (02)745-4566

김소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