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중적인 꽃이라 할 수 있는 장미와 국화. 누구나 좋아하는 과일인 딸기와 키위(참다래). 3,4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재배되는 이들 작물은 외래종 일색이었다. 토종은 사실상 '씨'가 말랐다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외래종 종자를 쓰는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키위의 대표브랜드로 꼽히는 '제스프리골드'는 국내 키위 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제주의 계약재배 농가들은 판매액의 15%를 꼬박꼬박 로열티로 뉴질랜드 제스프리사로 보내고 있다. 1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 농가가 외래 종자 및 종묘를 구입해서 쓰고 그 대가(로열티)로 해외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지난해만 무려 135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종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토종 종자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특히 로열티 부담이 큰 장미, 국화, 딸기, 키위가 외래종 골리앗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제시골드' '한라골드' 등 순수토종 골드키위 2개 품종은 '제스프리골드'에 대항해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제시골드' 등 토종 골드키위가 선보인 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고, 재배면적도 아직 제스프리골드의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러나 토종 골드키위는 로열티 한푼 물지 않고 인건비는 30% 정도 낮추면서 제스프리보다 40%정도 더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간다.
김성철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연구사는 "토종 골드키위 재배 면적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50㏊로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약 10억원 가량의 로열티를 절약할 뿐 아니라 4~5년내에는 점유율에서도 제스프리골드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품종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했던 딸기는 '매향' '설향' 등 국산 품종의 개발ㆍ보급으로 토종의 보급률이 2005년 9%에서 지난해 43%까지 높아졌다. 2012년에는 딸기도 다른 농작물처럼 종자 로열티 지불 의무가 생기는 만큼 국산 품종 보급률을 올해 60%, 내년 70%까지 끌어올려 토종 종자로 일본 품종을 대체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30억원 가량의 로열티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장미와 국화도 전략적으로 국산 신품종 개발ㆍ육성이 집중되면서 국산품종 점유율이 2005년 1%에서 지난해 8%까지 높아졌다. 특히 장미의 경우,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그린뷰티'는 국산 품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로 품종보호권이 판매됐는데, 올해 에콰도르 농가에서 재배가 시작돼 이르면 연내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다.
해외 로열티 지불액은 우리나라가 식물 분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국제 식물 신품종 보호동맹(UPOV)'에 가입한 첫해인 2002년 13억8,000만원에서 2004년 50억4,000만원으로, 2006년 125억9,000만원, 2007년 133억1,000만원으로 5년만에 10배 이상으로 불었다.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품종보호 대상 작물이 2002년 113개에서 지난해에는 223개로 늘면서, 로열티 부담도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로열티가 많이 나가는 작물로는 장미(72억원), 난초(26억원), 키위(15억원), 국화(10억원)가 상위권을 달린다.
반면 우리나라가 품종을 수출해 다른 나라로부터 받는 로열티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호밀품종인 '윈터그린'이 2003~2007년 캐나다로부터 3만달러를 받은 게 거의 전부다. 품종 로열티 수입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박종현 농진청 연구관은 "아직도 해외로 나가는 종자로열티가 막대하지만 우리도 국내 농가의 로열티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순수 토종 신품종을 개발, 보급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그린뷰티(장미)처럼 해외 시장 공략에도 성공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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