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유유히 지나가는 모래밭의 한구석에 녹슨 배가 멈춰서 있다. 이 사막은 본래 배가 다니던 바다였던 것이다. 독일 사진작가 게르트 루드비히가 포착한 카자흐스탄 아랄스크해의 모습은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를 인터뷰하다-사진으로 본 기후변화' 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말하는 사진 93점으로 채워졌다.
뉴질랜드 작가 로빈 하몬드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태평양 투발루섬을 찍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 사진 옆으로 집 앞까지 차오른 물 속에 서있는 주민의 무표정한 모습이 대조적이다.
박종우씨는 눈과 얼음 대신 흙과 쓰레기로 덮인 에베레스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정주하씨는 원자력발전소 주위에 사는 주민들의 얼굴을 찍었다. 온도 상승으로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조각난 빙하, 말라버린 호수, 죽어가는 산호초….
암담한 사진들 속에서 유일하게 네덜란드 작가 크리스 드 보네의 작품이 희망적 메시지를 준다. 연료 고갈에 시달리던 부탄 난민들이 태양열 조리기구를 이용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주영 한국대사관과 주한 영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 전시는 8월 23일까지 계속되며, 10월부터는 영국 런던의 한국문화원에서 이어진다. 관람료 2,000~4,000원. (02)720-0667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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