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대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국가가 총 635억원의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7부(부장 황윤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창일(88)씨를 비롯한 피해자 14명과 가족 등 6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피해자 본인에게 7억원씩, 부인에게는 4억원씩, 자녀에게는 각 2억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유기징역의 경우 피해자 본인에게는 각 6억원, 가족에게는 7,500만∼3억5,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주도록 했다.
위자료 원금은 총 235억2,500만원이지만, 판결이 확정된 1975년부터 지연이자 5%를 포함하면 총 배상금 규모는 635억여원이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가 고문, 회유, 협박을 가해 피해자들로부터 '현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할 목적으로 인혁당을 재건했다'는 허위 자백을 받아 증거를 조작했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당시 군법회의와 대법원은 충분한 증거 없이 사형 등 중형을 선고했고, 정부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면서 이들의 구명운동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1972년 10월 유신 선포 후 유신 반대운동이 확산되자, 중정은 주도세력인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의 배후로 인혁당을 지목하고 74년 4월 도예종씨 등 23명을 구속했다.
중정은 64년에도 "인혁당이 북한 지령에 따라 각계 인사들을 포섭했다"며 도씨 등을 체포했는데, 이들이 10년 만에 인혁당을 다시 만들어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도씨 등 8명은 사형을, 전씨 등 15명은 징역 15년~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75년 4월 사형선고를 받은 8명에 대해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지 불과 1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이 사건은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로 해외에도 알려졌고, '사법살인'의 전형으로 기록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8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희생자들 유족 46명이 낸 소송에서 위자료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합쳐 637억원의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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