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학의 최대 화두는 입학사정관제다. 이른바 '선진국형 대입 전형'으로 급부상 한데다, 정부가 거액의 예산 지원을 내건 탓이다. 그런 만큼 각 대학들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고려대가 이달부터 두 달 여에 걸쳐 진행할 '입학사정관 합리적 정착을 위한 릴레이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튜어트 슈밀 입학처장은 18일 "전형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고 입학사정관 견제와 전형 결과 확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단언했다.
슈밀 처장과 대담을 가진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색깔(컬러)에 맞는 학생을 뽑는 게 입학사정관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IT 입학사정관들이 특히 비중을 두는 전형 요소는.
(슈밀)"성적도 중요하지만 학생이 대학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지도 중요하다. 학업 성적은 물론 동기 부여가 잘 된 학생, 호기심이 많은 학생,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학생, 흥미로운 사고를 지닌 학생, 학업 열정을 캠퍼스까지 갖고 올 수 있는 학생 등 잠재력을 매우 중시한다.
전형때 고교 교과 성적 등 객관화 한 성적을 주로 사용하며, 성적 이면을 통해 학생 스스로 동기 부여 능력이 있는지 따진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의사소통 능력) 평가를 통해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생인지도 보고 있다. 성적과 관련 없는 부분, 예를 들어 음악 미술 부분 등의 재능도 고려한다."
-잠재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슈밀)"예컨대 주변의 대학진학률이 매우 낮고 부모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저소득층 학생과 출신 고교가 명문대에 많이 진학하고 부모도 학력이 높아 지원을 많이 받은 학생을 비교해보자. 후자는 배경이 좋아 기회가 많이 있었을 게 분명해 보이지만 전형 결과 열정이나 주도력이 없다면 선발하지 않는다.
이런 학생이 꼭 재능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전자는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다소 떨어져도 자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 학생임이 확인되면 당연히 합격이다. 저소득층 학생이나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학생이 입학 성적이 다소 좋지 않아도 대학에서 수퍼스타가 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입학사정관제다."
-입학사정관제 후유증도 우려된다.
(서)"먼저 정확한 사정 기준이 제시돼야 후유증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는 4개 정도의 큰 사정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당장 밝히긴 곤란하다. 왜냐하면 기준을 밝히고 사례를 제시하면 바로 사설 학원에서 여기에 대비한 사교육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이다. 사실 입학사정관 전형에는 주관적인 판단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대학을 제대로 믿지 않고 있어서 주관적 판단을 전형에 반영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아무래도 공론화가 필요할 것 같다. 선진국 대학은 주관성을 바탕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이 이뤄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
(슈밀)"사실 입학전형이 끝나면 소송 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MIT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다. 법적 시비가 없도록 주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이 공개한 기준을 일관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개인의 편견을 줄이고, 전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학내외 인사로 구성된 입학위원회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입학사정관제 조기 정착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슈밀)"일단 사정 기준과 관련해 학교마다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정하는 등 아주 상세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또 전형에 입학사정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제 새 시스템이 시험성적만 갖고 평가하는 현행 구조에 비해 공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시험 성적에서 작은 점수차는 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젊은이들이 시험 성적 한 가지 외에 교육의 다른 면을 고려 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한국 사회에 혜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믿는다."
(서)"고려대의 경우 리더십 평가를 비롯해 몇가지 기준을 구상하고 있으나 짧은 순간에 완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우리 사회에 대학이라는 집단의 전문성을 믿게 해주고, 이를 공론화 시켜야 하는데 녹록치 않다. 대학의 설립이념과 교육방식이 입학사정관 전형에도 그대로 담겨야 대학 특유의 색깔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진행=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정리=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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