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하와이에 미사일 방어망을 이동 배치했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발전시킨 MD 체제는 적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 요격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MD체제는 상승단계, 중간단계, 종말단계로 구분된 다층방어망으로 구성된다. 발사 초기 상승단계에서는 인근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을 쏘고, 대기권을 돌파하는 중간단계에서는 본토의 지상요격미사일(GBI)로 저지하게 된다.
게이츠 장관이 언급한 THAAD(고고도방어체계) 미사일은 종말단계 요격 시스템이다. 미사일이 고도 100㎞ 이하로 떨어지면 THAAD 미사일, 이지스함의 SM-2 미사일, 지상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 등이 요격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위성, 해상과 지상의 X-밴드레이더 등 모든 추적장비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하는데, 게이츠 장관이 함께 언급한 SBX는 최첨단 탄도미사일 추적 장비인 '해상배치 X-밴드레이더'를 뜻한다.
미국은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 SBX 등을 하와이에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은 중간단계 요격시스템으로 GBI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현재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모두 30여기의 GBI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이나 이란의 미사일 등을 가정해 10차례 안팎의 GBI 요격 실험을 진행했는데, 대략 60~70%의 요격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MD 체제의 요격 정확도가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성공적인 MD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일부 비판론자들은 아직 실전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 합참부의장은 최근 상원에 출석해 "향후 5년 간 미국을 겨냥한 불량 국가의 미사일을 요격할 가능성은 90% 이상"이라고 자신했다. 게이츠 장관 역시 9일 상원에서 "북한이 만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높은 확률(a high probability)'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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