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전격 발탁된 21일 대다수 검찰 간부들은 예상 밖의 인사라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총장인선에서 유력후보로 꼽혔던 권재진 서울고검장이 탈락한 데다 전임 총장보다 3기수나 아래인 총장이 임명될 경우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수사의 책임을 지고 퇴임한 이후, 차기 총장 후보로는 사시 20회 권 고검장이 앞선 가운데 바로 아래 기수의 문성우 대검 차장과 김준규 대전 고검장 등이 함께 거론되는 양상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검찰조직을 안정적으로 추스를 적임자로 대구ㆍ경북(TK) 출신에다 후배들의 신망이 높은 권 고검장이 사실상 단일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물론 권 고검장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경북고 선후배라는 점에서 지역안배를 고려한다면 불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런 검찰 내부의 예상을 벗어난 인물이 검찰총수로 낙점을 받자 검찰은 인사배경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TK총수로는 검찰 책임론이 비등한 현실을 타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 모 지검장은 "산적한 검찰 개혁과제를 지휘할 총수로 자기 지역 사람을 내세운다면 개혁의 진의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청와대에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 내정자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김 장관의 유임이 결정됨에 따라 같은 지역 출신의 권 고검장이 탈락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에서는 이보다 천 내정자 임명에 따른 대대적 '인사태풍'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천 내정자는 사시 22회 출신으로 당장 천 내정자의 선배와 동기 10명이 사퇴를 결심해야 할 판이다.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 사시 선배는 물론 동기까지 옷을 벗는 검찰 관례에 따라 이들이 모두 사표를 낼 경우 검사장 인사 요인만 최소 10명이다. 당장 김준규 대전고검장(21회)이 22일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갑자기 고검장 승진 대상이 된 사시 23회나 24회 출신 검사장 가운데서도 일부 승진 탈락자가 사표를 제출하면 신규 검사장 인사폭은 최대 15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막내 검사장 기수인 26회보다 2기수나 아래인 28회까지 검사장 승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때이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천 내정자가 취임하면 이래저래 검찰은 대대적 인적 쇄신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흔들리는 검찰의 안정보다는 인적 쇄신을 통한 검찰개혁을 우선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천 내정자 발탁의 의도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 라인도 대거 교체가 불가피해진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