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다음 한은 총재를 얘기하자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다음 한은 총재를 얘기하자면…

입력
2009.06.17 23:49
0 0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아직 10개월이나 남아 있는데, 벌써 다음 번 총재 얘기를 꺼낸다면 확실히 성급해보일 수도 있겠다. 내년 초나 되면 모를까, 아마 청와대도 지금은 차기 인선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만큼은 차기 총재의 자격과 조건에 대해 조기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수습대책, 즉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실 한은 주변에선 "이성태 총재가 지금이 아니라 다음 총재였다면 더 잘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의 '반(反)인플레이션' 성향 때문이다. 물론 이 총재가 이번 금융위기 때 예상 외로 '디플레이션(deflation)' 차단에 과감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는 부양보다는 안정에 더 어울리는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다. 바로 이 점이 차기 총재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라는 것이다(그렇다 해도 정황상 이 총재의 유임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 경기흐름으로 보건대, 내년 4월 취임할 새 한은 총재는 아마도 지금과는 전혀 상반된 환경에 직면할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과잉 유동성을 연료 삼아 물가와 자산가격이 꿈틀거리는 상황.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초쯤엔 중앙은행이 타도해야 할 주적(主敵)이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무차별 살포된 과잉통화를 적절히 회수(금리인상)하는 작업, 바로 '출구전략'을 제대로 이끄는 것이야 말로 차기 한은 총재의 최우선 책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돈은 푸는 것보다 거둬들이는 게 훨씬 힘든 법. 금리도 내리기보다는 올리기가 한결 어렵다. 긴축엔 항상 거센 저항이 따르기 때문이다. 통화환수에 나서려는 순간부터, 정부 정치권 기업 그리고 일반 국민들까지도 중앙은행을 압박하려 들 것이다.

그래도 모두가 싫어하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게 중앙은행이다. 특히 차기 총재는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인플레와의 치열한 전투를 시작해야 할 운명이다. 강한 소신과 뚝심을 가진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아니라면, 결코 이 벅찬 싸움을 이끌고 갈 수 없을 것이다.

차기 총재를 조기 공론화하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어도 중앙은행 총재 자리는 통상적 인사검증 만으론 부족하다. 논공행상이나 특정인맥 위주의 인사는 더욱 곤란하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이끌 최적 책임자를 찾으려면 '출구전략' 추진에 맞춰, 무엇보다 철저한 시장 검증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시장과 학계, 언론을 통해 수년간 '포스트 그린스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끝에 현 버냉키 FRB의장이 탄생한 미국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최소한 몇 달의 공론화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하나 더. 차제에 한은 총재 임명절차도 고쳐졌으면 한다. 이 막중한 자리를 국회 인사청문회 하나 없이 행정부내 절차만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올 정기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을 논의할 때, 국회동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청문절차는 거치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