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철저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도사처럼 움직였다. 워싱턴을 떠나는 17일 오후까지 거의 모든 공식 행사에서 한미FTA 비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미FTA 진전을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노력키로 한 점과 비준 이후 예상되는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며 FTA에 부정적 미국 여론을 바꾸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이 대통령은 먼저 16일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방문, 상ㆍ하원 지도부들과 차례로 간담회를 갖고 FTA의 비준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한미FTA의 진전을 위해 미 의회가 적극 협조해 달라"는 뜻을 전했고, 베이너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양국은 FTA 등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워싱턴 윌라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미최고경영자(CEO) 만찬간담회에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모두 성공적이었다"며 "특히 안보협력과 한미FTA 문제까지 완벽하게 합의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상ㆍ하원 지도부 역시 북핵 문제나 FTA 등 모든 문제에 대해 협조해 줄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 한미FTA의 진행에 대해 이 자리에 온 미국 기업인들, 특히 상공회의소 회원들이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FTA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양국 교역에 도움이 되고 동맹관계도 더욱 강화할 수 있으니 이제 여러분들이 움직여야 할 때"라고 분위기를 유도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의 부사장은 "한미FTA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며 "내년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속한 비준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11월께 한국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 대통령이 16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안다"며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일부 아시아 국가 방문을 고려 중인데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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