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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또 진흙탕 싸움, 신뢰 상실로 공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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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또 진흙탕 싸움, 신뢰 상실로 공멸 우려"

입력
2009.06.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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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의 '물어뜯기' 보도가 다시 쏟아지고 있다. 이번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이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에 대해 광고불매운동을 벌인 게 시발점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공방 때와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로 갈라선 신문들은 언소주의 불매운동을 놓고 한쪽에선 "정당한 소비자운동"이라 옹호하고, 한쪽에선 "조폭과 같은 행위"라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양쪽은'협박' '후안무치' 등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헐뜯기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사실보도를 통해 건전한 비판을 해야 하는 언론이 자사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가 대두하면 감정싸움에 몰입한다"고 입을 모은다.

■ "광고 테러"vs "시장 파괴"

언소주가 8일 조선일보에 광고를 몰아준다는 이유로 광동제약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한 지 하루 만에 한겨레, 경향신문에도 골고루 광고하겠다는 '항복'을 받아낸 후 보수신문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10일자 사설에서 언소주의 불매운동에 대해 "광고 테러"라고 규정하며 한겨레 등 불매운동으로 득을 보게 된 진보신문와 언소주의 관계를 "범죄적 공생관계"로 몰아붙였다.

동아는 11일자 기사에서 언소주 대표의 부인이 현재 경향신문 기자임을 내세우며 "언소주의 광고주 압박 운동의 동기를 의심하는 시각이 내부에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언소주가 진보신문 구독 권유 운동을 하고, 구독이 이뤄지면 구독료의 일정액이 언소주에 돌아간다고 보도했다.

진보신문들도 상대의 감정을 긁는 거친 보도로 반격했다. 한겨레는 11일자 사설에서 "조중동은 불매운동 매도에 앞서 왜곡보도 자성을 하라"며 "자성 없이 이 운동을 헐뜯고 전도된 논리를 앞세우면 언론소비자운동은 더 확산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16일자 기사에선 조선과 동아가 비판과 문제 제기를 넘어 극단적인 인신공격성 보도로 정당한 비판의 경계를 넘어섰으며 근거도 없이 언소주의 운동과 한겨레를 연결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2일자 사설에서 보수신문의 논리가 "치졸하다"며 "조중동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시장을 파괴해 왔다"고 보도했다.

■ "이러다 공멸한다"언론계 우려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 공방에 이어 언소주를 놓고 다시 언론사들의 상호 물어뜯기 식 보도가 이어지자 관훈클럽은 해결책 모색을 위해 12일 제주 서귀포 KAL호텔에서 언론사 간부, 일선 기자 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언론 내부 반목의 벽 허물기'토론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지금의 언론계 보도 갈등이 공동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주제발표를 한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언론사들끼리 기사로 갈등을 빚어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될 정도"라며 "언론사들간 증오가 쌓이면 독자와 시청자들은 기자가 만드는 뉴스를 절대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승 KBS 해설위원은 "매체 간에 신뢰하는 마음이 없으며 언론인끼리 사교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래운 연합뉴스 경제분야 에디터는 "언론시장의 작은 파이를 놓고 이렇게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갈등의 수위가 너무 높아 상황을 반전시키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의겸 한겨레 문화편집장은 "상호 비판이 불가피한 단계로 이미 접어 들었다"며 "자사 이익과 관련해선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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