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北 대화 유도할 구체안 없어
한미 간 안보협력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북한 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차원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을 보면 북한의 핵을 완전하게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획기적 상황의 변화가 있다면 인정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 아닌가라는 해석도 해볼 수 있어 완전히 깔끔하지는 않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 간에 핵우산을 문서로 명시했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보면 북한 입장에서는 향후 핵을 포기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 북한으로선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장애물을 하나 더 얹어놓게 된 면이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추진하려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이번 회담이 미래는 대비하면서 당면한 현재는 대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북한을 협상에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 간 신뢰를 증진하고 안보협력을 다짐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꽤 있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깨끗하게 해결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 對北 강경책 역풍 염두 둬야
한미동맹의 미래정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그 동안 계속 받아왔다. 미국이 40여개 국가와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데 한미동맹만 빼고는 대부분 21세기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북한문제로 인해 탈냉전적 동맹으로 탈바꿈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한미동맹이 2단계적 진화를 한다는 차원이다. 포괄적ㆍ전략적 동맹이라는 용어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미래의 한미 양국간 동맹이득 창출을 위해서 방향성은 잘 잡았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비해 북한 문제를 보면 내용이 별로 없었다. 구체적 내용 없이 상징적 선언만 있어서 조금 아쉽다. 북한에 대해 한미 양국이 세게 나가는 것은 일면 괜찮다고 본다. 한반도 문제를 장기적인 문제로 본다면 위기지수를 올려본다는 것은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위기가 높으면 그 이후 협상의 깊이도 깊다는 점이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유화 국면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의 성향을 감안하면 북미간 협상이 본격화할 시점에도 한미간 인식이 지금처럼 일치할지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 北의 치고빠지기에 엄중 경고
일단 북핵 문제에 대해 철저한 한미공조를 보여줘 평가할만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의 치고빠지기식 과거의 협상패턴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귀에 들어왔다.
동맹과 관련해선 미래비전을 채택했다. 전략적ㆍ포괄적 동맹은 이미 부시 미 전 대통령과 작년 4월에 합의할 때 나와 새로울 것은 없지만 핵 확장억지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야심에 찬물을 끼얹는 명문화 작업을 시도했다.
가장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미래비전 중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 더 나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바탕에서 통일을 이뤄낸다는 부분이다. 한미동맹이 단순한 대북 위협 억지를 넘어 한반도 통일을 향해 나가간다는 의미다. 이는 북한이 3대에 걸친 세습시도를 하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북핵에 대한 한미공조 과시, 미래동맹 비전을 포괄적인 동맹차원으로 높인 점, 여기에다 통일까지 연결시킨 것은 과거와 다른 획기적인 성과로 보인다.
■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 북핵 인정 우려 불식 큰 성과
북핵 때문에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공약을 확실하게 해 긍정적 성과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안보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보완하겠다는 의견을 확인했다.
작년부터 핵 확산을 하지 않으면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이번에 어떤 경우에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크게 보면 지금까지 한미동맹이 포괄적 동맹이란 학자들 얘기는 있었지만 이를 명문화한 점이 인정된다.
야당의 주장대로 북한 문제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갔다고 볼 수도 있는데 실제 우리 안보상황이 심각해 북핵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게 중요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특히 정상회담이 구체적 실무까지 논의하는 것은 아니어서 안보의 큰 틀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고 향후 방향설정도 했다는 점을 평가한다.
아쉬운 부분은 너무 안보에만 초점을 둔 점도 없지않다. 군사 외에도 한미 간 협력해야 할 분야는 많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분야는 진전이 없다. 또 녹색성장과 관련한 의제가 나올 것 같았는데 언급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친환경을 강조해왔는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게 아쉬웠다.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21세기 韓美 전략동맹 구체화
가장 중요한 현안인 북핵 문제에 초점이 집중된 회담이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와는 좀 달리 더 이상 북한이 나쁜 행동으로 보상을 받는 악순환을 끝내겠다는 새로운 접근이 이뤄진 것이다. 이를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서 다시 조율하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북한과 협상하자는 차원인 것이다.
또 핵우산 억지력을 명문화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정도로 제도화 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겨졌다.
아울러 이번 회담으로 한미동맹이 21세기 전략동맹 비전으로 구체화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전략환경에 맞는 전략적 대응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한반도에 국한된 것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전환되는 수순이다.
그러나 새로운 전략환경 변화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한미동맹이 어떤 식으로 갈지, 그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한미동맹을 재정의 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앞으로 실무논의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
정리=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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