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학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는 4ㆍ 5월이면 주변 지인들의 자녀들이 해외 유수 학교에 합격 또는 불합격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해외 유학은 이미 보편화 되었고, 대학과 고등학교를 목표로 한 조기 유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목고에서는 해외 유학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에는 미국 대학입시 SAT를 준비하기 위한 학원이 성행 중이다.
국제교육기관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에서 미 국무부 교육문화국 후원으로 발표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와 90 년대 미국 대학의 한국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다 90 년대 말 아시아 외환 위기로 인해 그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그 후 경기회복으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여 2001년 이후에는 국가별 순위에서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유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우선 갈수록 외국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함께 국내의 치열한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기피를 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해외 유학파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도 큰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국내 대학이 국제화의 일환으로 영어 강의를 대폭 늘리면서 영어 강의가 수월한 해외 박사를 우대해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의하면 학술진흥재단에 등록한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는 2001년 1773명을 최고치로 매년 1500명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과열된 해외유학 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 석학을 국내 대학에 유치하기 위한 국제석학 유치 프로그램,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유치, 여름 해외교환 방문 및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학 전임교수가 외국대학에서 교수직을 겸임할 수 있도록 정부 규정을 완화하였다.
또한 외국 대학과의 공동학위제(joint degree)나 복수학위제(dual degree)를 실시하는 학교들이 생기고 있다. KAIST에서는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및 조지아 공대와 복수학위제 협정을 체결하고 실시하고 있다. 이 복수학위제를 이수하는 학생은 정규과정의 반을 KAIST에서 수강하고 나머지 반을 상대국 학교에서 이수하면 두 학교 학위를 동시에 받게 된다. 이러한 공동 및 복수 학위제는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강화하고, 해외 우수학생을 국내에 유치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도 이따금 KAIST 복수학위제에 관심을 가진 외국 학생들의 문의를 받는다. 하지만 공동 및 복수학위제를 수월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연구요원의 해외 파견규정 완화와 상대국 등록금의 합법적인 연구비 정산 등의 문제점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과열된 해외유학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내대학의 교육체계를 혁신적으로 개편하여 국내출신 박사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직업전선에서 국내박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에 14년간 살면서 무엇보다 절실하게 느낀 것은 외국에 나가봐도 별 것 없고 우리나라가 오히려 여러 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이다. 이것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꼭 유학은 아니라도 외국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손훈 한국과학기술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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