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동맹미래비전에 '확산 억지' 명문화 등 한미 공조와 5개국 협력을 통한 대북 강경책에 무게를 둔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반대란 강조점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압박을 강조하면서 북한과의 협상 여지도 일정 부분 남겼다.
먼저 회견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은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서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이행할 것을 확약했다"며 "앞으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협력해서 북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포기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를 먼저 내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확실히 이행하겠다"며 "북한은 앞으로 핵을 포기하고 평화롭고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하고 이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대북 강경 압박책에 방점이 찍혀 있고,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공조를 넘어 보다 광범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강력한 한미공조에 의해 전쟁을 억제할 수 있고, 북한이 강력한 한미공조를 보면서 전쟁을 함부로 일으킬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계속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취할 수 있는 다른 노선이 있다. 세계 사회로 편입할 수 있고 세계 경제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자국민들을 먹일 수도 있고, 자국민들에게 번영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보다 유연한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미묘한 차이는 양 정상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두 정권에서 추진한 햇볕정책과 달리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한 대북 강경책을 취하고 있다. 이런 스탠스는 미국 공화당 정권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는 완전히 일치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과 달리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은 보다 큰 틀에서 국제적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접근방식을 동원하다 보니 같은 대북 압박책에서도 이 대통령보다는 한발 천천히 가려는 움직임이 비쳐지는 것이다.
워싱턴=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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