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관련 제도개선을 놓고 지난 정부시절부터 팽팽히 맞서왔던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부의 대결에서, 복지부가 2대0의 판정승을 거뒀다.
17일 두 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 조사 때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질병정보를 활용하려던 금융위원회의 계획이 무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기사건을 조사할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보험사기 혐의자의 병ㆍ의원 진료 여부(질병정보)를 활용하려고 했으나 복지부가 계속 반대함으로써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06년 9월 늘어나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질병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보험사기 방지 종합 계획안'을 마련했으나, 복지부와 보건의료단체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 3년 넘게 두 부처는 이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왔지만 결국 금융위가 물러섬으로써, 복지부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의 진료정보 확인 요청권은 물 건너갔다"며 "대신 유관기관 합동 조사팀을 구성해 보험사기를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금융당국이 아닌 사법기관이 사기 혐의자의 진료정보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은 조만간 관계부처 협의를 마치고 보험사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와 복지부의 2라운드 대결은 손해보험사의 민영의료보험(실손보험) 보장한도 축소를 둘러싼 공방이었다.
복지부는 지난 2006년 의료실비를 100% 보장하는 실손보험의 보장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실비를 전부 보장하면 소비자들이 그만큼 병원을 자주 이용하게 돼 결과적으로 공(公)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게 복지부 논리였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업계와 금융위는 "실손보험 보장범위와 건보재정은 직접적 관계가 없으며, 보장범위의 일괄축소는 소비자의 상품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같은 반발에는 작년 의료실비의 80%까지 보장하는 실손보험을 내놓은 생보업계로부터 자신의 텃밭을 지키려는 손보업계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 금융위는 입장을 바꿔 복지부의 보장한도 축소안을 수용키로 했다. 대신 생명보험업계 실손보험의 보장한도인 80%와 손보업계의 100%를 절충해 '90%'로 보장범위 한도를 정한 것이다.
금융위의 입장선회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어쨌든 복지부는 또 한번의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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