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깨서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들 자금을 두고 '앵그리 머니'(Angry Money)라고 부르는 이유는 펀드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측면은 펀드가 여러 종목에 광범위한 분산투자를 하므로 이래서는 개인투자자가 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에 비해 상승률이 더뎌 그간 크게 입은 손실을 빨리 복구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깔려있는 게 사실이다.
분산의 정도는 수익률과 반비례할까? 어느 정도는 타당한 견해다. 하지만 오직 분산을 수익이라는 잣대만으로 따지는 것은, 투자를 투기와 구분 지어주는 '위험'이라는 요소를 제거한 실수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앵그리 머니의 집중투자는 손실을 복구 시켜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단기간에 손실 폭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따라서 개인투자에 나서더라도 적절한 분산을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 한 부분이다. 분산 없이 한두 종목에 '몰빵'하는 것은 위만 보지 바닥은 보지 않는 투기에 다름 아니다.
가치투자자에게 분산의 의미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저평가 여부를 판별하긴 했지만, 저평가가 언제 해소될지는 모른다는 겸손함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보단 여러 그루를 심어야 번개에 맞을 확률이 높지, 한 그루만 심어놓으면 지나치게 초조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무를 너무 많이 심으면 내가 어떤 나무를 심었는지 알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각 종목들을 충분히 분석하고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적절하게 분산을 해야, 순차적인 저평가 해소를 통한 주가 상승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상황에 비춰 적절한 분산 기준을 마련했다면 그 다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편입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가장 명쾌한 기준은 내가 그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위험에 비해 상승여력이 가장 큰 종목이 높은 비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에 대한 지식의 정도와 기대수익률이 편입비중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개인투자자는 후자의 기준은 지키지만 전자에 대해서는 간과한다. 무지는 주가하락보다 더 무서운 위험 요소다.
이때 한 종목 당 편입비중의 한계를 두는 것도 심리적 함정을 극복하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예컨대 10종목 정도의 분산을 염두에 둔다면 개별 종목당 20% 이상을 사지 않는 것이다. 지나치게 한 종목의 비중이 높으면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
50% 정도를 샀는데 주가가 슬금슬금 빠지고 잘 오르지 않자 조급해져서 매입단가에서 조금 올라가자마자 다 팔아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팔고 나서부터 주가가 계속 오르더라는 얘기는 개인투자자의 단골 레퍼토리다. 심리적으로 감당할 정도의 비중만 가져가야 실수가 적어진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복구에 대한 욕구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고 펀드 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비록 펀드에 실망해 개인투자를 하더라도 적절한 분산 기준을 갖춰 정석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얻는 수익률이야말로 위험을 낮춰서 획득한 진짜 수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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