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단명(高枕短命)'. 베개를 높게 베면 수명이 짧아진다는 말이다. 그러면 낮은 베개가 건강에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최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베개도 기능성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기능성 베개를 찾는 것 보다 자신에게 맞는 베개를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낼 만큼 잠은 건강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잠자는 형태나 베개를 잘못 선택하면 목 디스크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베개를 택하는 것이 건강유지에 필수다.
■ 높이와 소재는 어떻게?
척추는 옆으로 보면 S자 형태로 휘어 있다. 이는 머리 무게를 잘 견디고 완충 작용을 돕기 위한 것이다. 베개는 이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목과 뒷머리의 이완과 피로 회복에 도움되고 숙면에도 좋다.
성인 기준으로 적당한 베개 높이는 바닥과 목뼈 각도가 15도를 이루는 6~8㎝ 정도이며 길이는 어깨 넓이쯤 되는 45㎝가 적당하다.
하지만 베개 높이는 깔고 자는 침구(요나 패드)가 부드러운 것인지, 딱딱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베개 높이는 깔개 이부자리와 조화가 필요하다.
베개가 너무 높으면 산소공급과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피로와 두통은 물론 목, 어깨, 허리 등이 아플 수 있다. 또 베개가 너무 낮으면 고개가 뒤로 젖혀져 목 척추에 이상을 초래한다.
또 목과 어깨가 수평으로 나란해지도록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베개를 뒤통수와 어깨에 나란히 놓아야 하고 베개 폭도 어깨보다 넓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베개도 옷처럼 체형에 따라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즉 목이 길고 마른 체형이라면 보통 베개보다 1~2㎝ 낮은 것이 좋고, 목이 짧고 살찐 체형은 1~2㎝ 높은 베개를 베면 된다.
베개를 선택할 때는 높이와 모양, 소재가 포인트. 체격이나 목 커브 상태에 의해 맞는 베개 높이는 다르다. 보통 몸집이 작으면 낮은 베개가 좋고, 모양은 중앙이 조금 낮아야 머리 뒤쪽이 안정된다. 그리고 뒤척이다가 모로 누웠을 때 어깨가 압박되지 않도록 베개 양쪽이 높으면 똑바로나 옆으로 누워도 편히 잘 수 있다.
잘 때 70% 이상은 똑바로 누워서 잔다. 따라서 위로 향해 누웠을 때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베개를 고른다.
베개 소재는 자신에게 익숙한 게 좋다. 즉, 평상 시 거위 털 등 털 베개를 쓰는 사람이 메밀껍질 베개를 베면 딱딱하거나 사그락거리는 소리에 신경 쓰일 수 있다. 반면 메밀껍질 베개에 익숙한 사람이 털 베개를 베면 파묻혀 덥게 느낄 수 있다.
여름과 겨울에는 베개의 역할이 다르다. 겨울에는 목과 어깨를 보온하는 역할을 하지만 여름에는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므로 환기가 잘되고 습기를 잘 흡수하는 소재의 베개를 고르는 것이 좋다.
■ 목 디스크 환자는 높은 베개를
목 척추에 퇴행성 관절염이나 목 디스크가 있으면 약간 높은 베개를 베면 좋다. 일반적으로 목 디스크가 생기면 목이 아프고 뻣뻣해진다. 양쪽 어깨가 무겁고 쑤시는 통증이 생기기도 하며 심하면 팔도 아프다. 특히 어깨 부분과 뒷목 전체에 통증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베개의 역할은 심장보다 조금 머리를 높게 하고, 목의 커브(C자형)를 무리 없이 지지하면서, 패드(요)와 머리 부분에서 목 부분을 걸쳐 만들어진 틈새를 메어 줘 자연스럽게 서 있는 자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틈새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베개 높이도 다르게 마련이다.
베개가 높으면 머리 뒤쪽이 올라가고 턱이 당겨져 목구멍 맨 안쪽(기도)이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므로 코골이 원인이 되고 목 척추나 주위 근육에 부담을 주므로 손이 저리거나 목이 아프고 어깨가 결릴 수 있다.
반면 베개가 너무 낮으면 손이 베개 밑으로 자주 들어 가게 된다. 베개를 베지 않으면 머리가 심장과 같은 높이가 돼 화가 치민 것 같은 상태가 되고, 얼굴이 붓기도 한다.
그리고 턱이 올라 기도가 좁아지므로 역시 베개를 높이 베는 것처럼 숨쉬기 어려워지고, 목 척추에 부담을 줘 손이 저리고 어깨가 결리게 된다.
●도움말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 더조은병원 배장호 원장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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