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한의 행동 패턴을 깨겠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이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호전적으로 행동하고 오래 기다리면 그 행동에 대한, 도발행위에 대한 보상이 있었다"며 그런 과거 패턴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발언의 배경도 그렇고, 앞으로 미국의 대북협상 방식에 변화가 올지도 관심이다.
이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첫 경험이다. 당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노동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이어진 뒤 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다. 200만kw 규모의 경수로와 매년 중유 50만톤 제공이 북한의 NPT 복귀 대가였다.
부시 행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던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로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한 뒤에도 역시 보상이 있었다. 2003년 8월 1차 6자회담이 시작됐지만 북미 간 답보 상태가 이어졌고, 2005년 2월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고 상황이 다급해지자 7개월 뒤 9ㆍ19 공동성명 합의가 이뤄졌다. 북한이 핵포기를 약속하는 대신 미국 등은 에너지를 지원하고, 한국은 200만kw 전력을 제공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 제재가 시작되자 북한은 다시 반발했다. 급기야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10월9일 핵실험 강행으로 또 도발했다. 그런데 미국은 같은 달 14일 유엔 안보리 1718호 제재 결의가 통과되고 2주 후 중국에서 북한과 마주 앉았다. 이후 2007년 1월 북미 베를린 회동을 거쳐 북핵 불능화 대가로 중유 100만톤 상당의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한다는 2ㆍ13 합의가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이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정부 당국자는 "이미 보상해준 행동에 다시 보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데 대한 보상도 마찬가지로 없다. 북한에 협상해달라고 졸라대며 달려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원칙에 한미 간 이견이 없다"고 소개했다. 북한 정책 기조 전반을 검토 중인 오바마 행정부가 당분간 압박 공세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측면도 있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인상과 인식을 언급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연설을 앞두고 곤한 잠에 빠져있던 4월5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오바마 입장에선 북한의 첫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런 개인적 인식이 향후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궁극에는 북한과 대화의 길을 걸을 것이고 토대를 닦는 차원에서 '말로 하는 압박'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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