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6일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그것은 현재로서 대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전 언급들과는 확연히 온도차가 났다. '공단 폐쇄도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강경한 압박의 메시지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때문에 '개성공단 유지와 발전'에 방점을 찍어 온 정부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같은 분위기가 19일 개성공단 관련 3차 남북실무회담에 임하는 정부 전략에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물론 정부는 17일 이에 대해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부 입장엔 변화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개성공단이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되려면 북한도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개성공단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방향에서 남북이 협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성공단은 유지, 발전시켜야 하지만 북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19일 회담에 나서는 정부의 원칙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가 개성공단 유지를 전제로 하고 이번 회담에 나간다 해도 전망은 어둡다. 이번에도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임금 300달러, 토지임대료 5억달러'라는 북한의 억지 요구에 대해 '수용하지도, 협상을 그 액수에서 시작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 대통령도 16일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런 단호한 기류엔 '남한 근로자가 신변 안전 보장도 받지 못한 채 억류돼 있는 상황에서 마냥 북한에 끌려 다닐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요구 중엔 근로자 숙소, 탁아소 건설 등도 들어 있기 때문에 북한 요구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협상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북한은 임금과 토지임대료 인상을 협상의 본질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공식입장과 달리 정부가 공단 폐쇄도 고려하는 것이라면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5월엔 "공단 폐쇄가 개성공단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20일 통일부 고위 당국자) "현재 철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20일 김호년 당시 대변인) 등 확실하게 선을 그었었다. 하지만 17일 이종주 부대변인은 폐쇄 검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9일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등도 조금 더 지켜 보면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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