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은 별로 진도를 내지 못했다. 한미FTA 비준 추진에 있어서 한ㆍ미 양국 정부의 온도차도 여전히 크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 문제를 한미FTA 비준을 위한 선결 과제로 공식 언급한 이상, 한미FTA의 비준 처리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한미 양국이 자동차 쟁점을 풀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한미FTA의 운명을 가르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는 자동차와 관련해 충분한 상호주의가 있는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자동차교역 불균형 문제를 한미FTA 진전의 걸림돌로 공식 언급했다. 또 의회 비준 절차를 무리해서 서둘러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비준안 제출은 순서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 마차보다 말을 앞세우고 싶지는 않다"며 "미국민들을 위해 괜찮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며 '정치적 타이밍'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에서 제기하고 있는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미FTA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7일 "오바마 행정부는 자동차 교역과 관련한 미국내 불만을 해소한 뒤 한미FTA 비준 처리 절차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실무 협의를 통해 한미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안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비우호적 인식이 많이 걷혔다고 해도, 여전히 의회 주요 인사들이 자동차, 쇠고기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미FTA 보완을 요구하고 있어 미 의회를 설득하지 않고선 한미FTA의 마지막 정치적 절차를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한미FTA협정문에는 손댈 수는 없다'며 재협상 불가 방침만큼을 확고히 하고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아직도 한미FTA처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외교통상부는 "미측이 (자동차와 관련해)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오면 거기에 따라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재협상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팀 구성이 아직도 미완인 상태인데다 현재로선 경제위기 극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보니 미 행정부나 의회에서 FTA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떨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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