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휴대폰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휴대폰의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엔진 오일과 연료량 등 자동차 각 부분의 이상 유무까지 휴대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모바일 텔레매틱스 덕분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삼성르노 등 국내 통신 및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제휴를 맺고 모바일 텔레매틱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 텔레매틱스란 휴대폰을 이용해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는 서비스.
KT와 현대자동차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행사장에서 모바일 텔레매틱스인 '쇼 현대차 모바일' 서비스의 상용화를 발표했다. 양 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나선 이 서비스는 휴대폰으로 10m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자동차의 문과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고, 옆 거울을 조작할 수 있다. 또 차에 타기 전 엔진, 변속기, 냉각수, 엔진 오일 등의 상태를 원격 진단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에코 드라이빙 기능. 운전자의 주행 습관을 분석해 현재 운전 습관이 연료를 얼마나 소모하는 지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이날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현대자동차의 멤버십 사이트(blu.Hyundai.com)나 전용 상담센터(1588-5640)에 신청을 해야 한다.
선착순 3,000명에게 7만원 상당의 '모칩'이라는 부품을 무료로 보내준다. 이 칩을 운전대 왼쪽 아래 차량 점검 단자에 꽂은 뒤 휴대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 '쇼 현대차 모바일 서비스' 프로그램을 전송받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월 3,500원.
서비스가 가능한 차량은 현대차의 에쿠스, 쏘나타, 제네시스 등이며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W5200'과 'W5700' 2종이다. KT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 휴대폰을 연말까지 5종으로 늘리고 하반기에 출시하는 현대차와 기아차 신차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삼성르노와 함께 이날 월드IT쇼에서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시연했다. 이 서비스도 휴대폰으로 차량의 시동을 걸고 각 구성 부분의 상태를 원격 확인하는 일이 가능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로밍을 이용해 국내에 있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격 점검의 경우 이상이 발견되면 정비소에 자동으로 결과를 보내 응급대처 방법을 이용자에게 알려주고 정비소까지 길을 안내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 서비스를 2가지 방식으로 상용화 할 예정이다. 내비게이션처럼 별도 장비를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방안과 삼성르노의 자동차 공장에 모바일 텔레매틱스용 차량 생산라인을 별도 신설하는 방안이다. 후자의 경우 이미 삼성르노에서 생산라인 변경에 착수해 2011년께 모바일 텔레매틱스를 장착한 'SM7' 등이 나올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2가지 수익 모델을 고려 중이다. 이용자의 운전 습관을 저장해 자동차 업체에 기업 대 기업(B2B) 비즈니스 모델로 판매하는 방안과 이용자들에게 설치비 및 월 사용료를 받는 방법이다.
이처럼 이통사와 자동차 업체들이 모바일 텔레매틱스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2005년 93억달러에서 2010년 154억달러, 2020년 704억달러로 계속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종 산업과의 융합서비스로 신규 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