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우리 불교의 간화선은 준비되지 않은 대중들에겐 참으로 어려운 선
수행법입니다. 길 없는 길을 홀로 찾아나가야 합니다. 반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초기 불교 수행법을 따르는 남방선의 '위빠사나' 수행법은 어떻게 호흡할지, 어떻게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할지에 대한 구체적 소프트웨어가 있어요. 불교 수행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면 우리 전통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북방선의 전통을 잇는 우리 불교의 간화선 대신 남방선의 위빠사나 선법을 따르는 참선수행처 '제따와나 초기불교 선원'이 27일 개원법회를 갖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자리잡은 이 선원은 간화선을 근간으로 하는 조계종의 공식 포교원으로는 처음 문을 여는 것이다.
선원장 일묵(45) 스님은 서울대 불교학생동아리 '선우회' 회장으로 활동하다 1996년 수학과 박사과정 중에 출가했다. 이후 같은 동아리 학생 6명이 잇따라 출가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의 제자인 원택 스님을 스승으로 출가한 그는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고 봉암사 등에서 참선수행한 후 2005년 미얀마의 파옥 국제명상센터에서 3년간 위빠사나 수행을 공부했다.
2007년에 수행공동체 제따와나를 결성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박사로 현재 조계종 상도선원 선원장을 맡고 있는 미산 스님,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병원장인 구병수 동국대 한의학과 교수, 미래정신과의원 서동혁 원장, 위빠사나 수행자 김열권씨 등이 뜻을 같이 했다.
일묵 스님은 "제따와나(jetavana)는 부처님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무르며 수행했던 기원정사를 가리키는 팔리어이고, 위빠사나(Vipassana)는 '무상, 무아의 깨달음 또는 바른 이해'를 뜻한다"며 "기원정사 당시 부처님의 가르침과 호흡을 따라 깨달음으로 향하자는 게 제따와나 선원의 취지"라고 말했다.
파옥 국제명상센터, 프랑스의 플럼빌리지, 영국의 아마라와띠 등 세계적인 불교수행처에서 일반화한 위빠사나 참선 수행법은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객관자 입장에서 세밀하게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묵 스님은 "붓다의 선 수행법엔 현상의 무상함을 관찰함으로써 지혜가 생기고 현상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으며, 집착을 버리고 열반을 얻는다는 메커니즘과 그 구체적인 점검법까지 갖고 있다"며 "이런 점이 우리 간화선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빠사나 수행법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바른 호흡법을 통해 제대로 선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일묵 스님은 "선정에 이르지 못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선원에서는 무엇보다 호흡법 수련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제따와나 선원의 회원은 현재 약 100명 정도이다. 인터넷카페와 입소문을 타고 모인 이들은 지난 3개월간 선 수행의 백과사전 격인 '청정도론(淸靜道論)' 강의를 통해 붓다의 호흡명상법을 공부했다. 앞으론 호흡 수련과 함께 부처의 핵심 교학을 담은 '아비담마경'을 배울 예정이다.
일묵 스님은 "앞으로 좋은 국제명상센터를 일구는 것이 지금까지 절에서 공짜밥 먹은 값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스승님께선 탐탁히 여기지 않으셨지만 열심히 해서 일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www.jetavana.net (02)595-5115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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