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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일본 신방 겸영서 얻어야 할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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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일본 신방 겸영서 얻어야 할 교훈

입력
2009.06.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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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은 연합국총사령부(GHQ) 통치하에 들어간다. 미일 강화조약이 발효되는 1952년까지 통치는 이어진다. 그 기간 동안 GHQ는 여러 차례 민영방송 허가 요청을 받는다.

주로 우익 인사들이 민영방송 계획을 내놓고 허가를 요청했다. 마츠마에 체신원 총재가 대표적 인사였다. 그는 우익 인사인 후지야마 호국동지회 대표, 후나다 도쿄상공회장 등과 함께 민영방송 허가를 얻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민영방송 허가 요청에 대한 GHQ의 입장은 단호했다. 민영방송이 일본 민주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거절했다. 민영방송 계획이 우익 인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탓이다.

실제로 민영방송을 추진하던 후지야마와 후나다 양씨는 1946년 전쟁협력 혐의로 공직에서 물러난다. GHQ의 자문기관이던 '연합국 위원회'에서도 민영방송 설립 불가를 천명했다. 민영방송이 오히려 일본의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할 거라는 발표까지 내놓았다.

강한 반대에도 마츠마에 체신원 총재는 뜻을 접지 않았다. 후지야마와 후나다 등 우익 인사가 빠진 자리를 광고회사인 덴츠의 요시다 상무가 메웠다. 요시다는 마츠마에를 대신해 전국의 신문경영자들을 만나 신문방송 겸영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물론이고, 인재 확보까지 돕겠다며 신문경영자들을 설득했다.

집요한 노력 탓이었던지 드디어 GHQ는 민영방송 설립안을 받아들이고, 1951년 16개 사에 예비면허를 허가한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 겸영 역사가 시작하는 순간이다.

마츠마에 체신원 총재를 비롯해 정치인, 우익 인사들은 왜 그렇게 지역민방 설립에 열을 올렸던 것일까. 굴지의 광고회사까지 끌어들여 신문경영자를 설득하고, 신문방송 겸영 구도를 짠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전후사> 의 저자 마츠다씨는 그 원인을 NHK에서 찾는다.

민영방송 설립 계획자, 제안자들은 NHK의 진보적 색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진보적 NHK가 일본 사회를 주도할 것을 우려해 그에 대항할 민영방송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마츠마에 총재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라 한다.

사실 일본 언론이 전쟁 후에도 전쟁 전의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는 것은 정설이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전쟁이었다고 말하며 그 역할에 자부심도 갖기도 했다. 교토대학의 미디어학자인 사토 교수는 일본 언론이 전쟁 전의 얼굴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작년 한국언론재단에서 있었던 강연에서 주장하였다.

이 같은 사실로부터 일본 신문의 민영방송 겸영 방식이 등장하게 된 연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전쟁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를 강조한 NHK를 견제할 방도로 겸영 방식을 채택했던 것이다. 민영방송을 맡겨 신문방송 겸영을 가능케 하고, 전쟁 전의 신문 얼굴로 진보적, 민주적 색채를 막으려는 큰 계획을 세웠던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민영방송, 신문방송 겸영 체제는 탄생했다. 우익 정치권력, 대자본, 신문경영세력이 합심한 결과다. 이후 바로 이들이 일본의 여론을 주도해왔다.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역사의식을 가진 채 역사를 망각하기도 하는 일본을 이끌어 왔다. 남의 땅을 자기 것이라 우기고, 군 위안부는 자작극이라 망언하며, 역사를 입맛대로 뜯어고치기도 하는 그런 일본을 이끌어 왔다.

미디어 관련법의 제ㆍ개정 논란과 60여년 전 일본을 겹쳐본다. 너무 흡사한 장면이지 않은가. 등장인물, 주제, 심지어 대사까지 닮아 있다. 미디어 관련법은 미디어 사안으로만 그치진 않는다.

한 사회의 양심, 정의, 미래와도 닿아 있는 막중한 사안이다. 일본의 과거, 그리고 현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일본이 모범이 아닐진대 그 길을 피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전체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지혜를 요청해본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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