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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라" "막아라" 이란 미디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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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라" "막아라" 이란 미디어 전쟁

입력
2009.06.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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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나흘째(16일 현재)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이란 개혁파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폭력 진압 사실이 해외로 알려지면서, 이란 당국은 정보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외신 기자의 취재 제한, 인터넷 접속 차단 등 정보 통제에 골몰하고 있지만 시위대들은 인터넷, 휴대폰 등을 통해 쉴 새 없이 테헤란 거리 상황을 알리고 있다. 이란 정부와 시위대 간의 미디어 전쟁이다.

이란 당국의 발포로 15일 7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후 이란은 정보 통제에 나섰다. 16일부터는 외국 언론의 거리 취재를 제한, 기자들은 사무실에서 전화 취재만 가능한 상황이다. 영국 BBC 방송의 페르시안 서비스 등 해외 방송도 중단됐다. 몇몇 외국 기자들은 이란 당국이 취재 비자 연장을 거부해 쫓겨나고 있다.

이란 언론인 역시 탄압 받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AP통신에 "적어도 10명의 이란 기자가 체포됐다"고 말했다. 현재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 가능한 매체는 이란 국영 TV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방송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만을 연속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손발이 묶인 서방 유력 언론들은 이란 개혁파 시민들이 인터넷에 올린 정보에 의존해 보도하고 있다. CNN의 경우 시위대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화면을 편집해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 접속을 둘러싼 당국과 시위대의 숨바꼭질도 한창이다. 인터넷을 통해 단문 메시지를 다량 전달할 수 있는 트위터와 소셜네트워크사이트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위대들은 시위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시위 상황을 전 세계에 전송하고 있다. 때문에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16일 이란 웹사이트와 블로그에 대해,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물을 모두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정부는 인터넷 접속 속도를 대폭 낮추고 전파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시위대의 인터넷과 휴대폰 이용을 막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는 해외 네티즌들의 동조에 힘입어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해외 네티즌들은 이란 정부 검열을 피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해킹을 통해 검열 당국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란의 낮은 인터넷 보급률에 비춰볼 때, 인터넷을 통한 이란 개혁파의 결집은 놀라울 정도다. 이란 국민 7,000만명 가운데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인구는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개혁파 대다수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젊은층이다.

미국으로서도 인터넷은 이란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다. 때문에 미 국무부가 트위터사에 정기 점검을 위해 예정됐던 90분 간의 서비스 중단을 연기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국무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미국은 이란 상황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 전쟁이 계속되면 이란 당국이 극단적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버드대의 인터넷 검열 전문가인 존 팰프레이는 "최악의 경우 이란도 북한이나 쿠바처럼 인터넷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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