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리셋해야 할 북핵 해결책

입력
2009.06.16 23:51
0 0

최근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핵 보유국으로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어떤 대가와 조건을 제시한다 해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들 스스로 "핵 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고 우리의 핵무기를 누가 인정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상관이 없다"(13일 외무성 성명)고 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 포기 여지가 전무하다면 협상 여지도 전무하다. 제재와 압박을 통해 김정일 체제를 붕괴시키거나, 북한의 핵무기에 상응하는 핵 전력의 확보 외에 대안이 없다. 전쟁이나 김정일 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반도에서 고강도의 긴장과 위기가 장기화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어떻게 해서든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협상과 핵 보유 오갔던 북 전략

북한이 애초부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견해나, 이와는 정반대로 오직 협상용이었다는 견해는 모두 비현실적이다. 핵 보유 관철과 협상용, 양면을 추구하면서 상황에 따라 배합 비율을 달리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고 보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 동안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항상 이 양극단 사이 어느 지점에 있었다. 북미제네바 협정체제나 6자회담 틀 하에서 북한은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의 대가가 주어지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쪽에 더 비중을 두었다. 이 시기에는 협상 쪽에 둔 비중이 6이나 7이었다면 핵 보유 의지에는 4나 3의 비중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비율이 역전됐다.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을 얻어낸다는 계산이 오류였다는 판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으레 북한이 6자회담 틀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일본 한국이 지키지 않은 합의도 많았다. 기대를 걸었던 오바마 미 행정부가 적대국들과 리셋 외교를 펴면서 자신들을 외면하는 동안 북한은 체제유지 전략을 먼저 리셋해 버렸다. 그 결과가 장거리 로켓 발사이자 2차 핵실험이고 우라늄 농축 착수 선언이다.

현재 상태에서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약화시켜서 다시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핵 보유의 대가와 고통을 가능한 한 키우되 핵 포기 시 체제보장 등의 긍정적 유인책을 분명히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유엔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1874호 결의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강조한 5자회담은 북한 핵 보유의 고통을 키우는 압박책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유인책을 결여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북한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한에 에너지와 식량지원의 결정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이 소극적이면 유엔 제재도 유명무실해지고 5자회담은 성립하기조차 어렵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강하게 반대하지만 김정일 체제의 붕괴를 더 우려한다.

난민의 대량 유입은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대재앙이다. 한중간, 중미간 신뢰 형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에 미국과 군사동맹관계를 유지하는 통일한국이 들어서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북 체제의 붕괴보다는 핵 보유를 용인하자는 주장이 중국 지도부 내에 제기되고 있다는 설까지 나온다.

김정일 체제 인정ㆍ보장이 과제

결국 대북 압박과 설득에 중국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바로 김정일 체제의 보장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악화도 근본 원인은 김정일 체제 인정에 대한 모호한 입장이었다.

6ㆍ15와 10ㆍ4 선언을 이행하라는 북측 요구도 알고 보면 김정일 체제 인정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틀의 모색도 바로 여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체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냉정하게 판단할 일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