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다."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ED TV의 진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제품이 진정한 240㎐ LED TV가 아니라며 소비자를 오도한다는 주장이고, LG전자는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양 사의 주장이 워낙 팽팽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240㎐ LED TV의 진실은
논란이 된 '240㎐'란 쉽게 말해 TV 화면에서 초당 240장의 그림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이렇게 많은 그림이 필요한 이유는 액정화면(LCD) TV의 태생적 한계인 화면 끌림 현상 때문이다. LCD의 반응속도(6㎳, 1,000분의 6초)가 미처 영상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해서 화면 속 물체가 빨리 움직이면 마치 그림자처럼 길게 잔상이 남는 화면 끌림이 발생한다.
TV 제조업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당 많은 그림을 내보내 잔상을 감춘다. 즉, 그림과 그림 사이에 공백을 최소화해 마치 잔상이 없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그래서 120㎐ LED TV는 초당 60장의 그림이 나타나는 일반 LCD TV(60㎐)보다 2배 많은 초당 120장의 그림이 나타난다. 240㎐ LED TV는 일반 LCD TV보다 4배 많은 그림을 보여준다.
여기서 삼성과 LG의 방식이 갈린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초당 240개의 그림을 보여준다. 반면 LG전자는 초당 180개의 그림만 보여주고 나머지 60개는 검정 화면을 대신 내보낸다. LG전자가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삼성전자와 달리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에서 아직 초당 240개의 그림을 보여주는 LCD 패널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240㎐ LED TV가 가짜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전자와 같은 LCD패널을 사용하는 도시바는 '240㎐ 효과'로 표현한다"며 "초당 240개의 그림이 모두 나타나지 않는 만큼 '240㎐ TV'라고 직접적인 표현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초당 240개의 그림을 어떻게 구성했느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검정 화면이 오히려 잔상을 끊어주는 역할을 해서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미국 영상과학재단(ISF) 공인 영상전문가인 이종식 박사는 "이론은 삼성전자의 주장이 맞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즉, 240㎐ 논리에 맞게 제품을 만든 것은 삼성전자이지만, 양 사의 화질 차이를 소비자들이 느끼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LED TV는 없다
그렇다면 240㎐ LED TV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가전업계에서는 LCD TV와 LED TV의 차이점으로 LED 소자의 사용과 함께 240㎐ 주파수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박사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업체들 선전과는 달리 "실제 LED TV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LED TV는 LCD 패널을 비추는 배경 조명(백라이트 유니트)만 LED를 사용할 뿐"이라며 "패널은 LCD"라고 설명했다. 물론 LED를 사용하면 형광등 조명(CCFL)을 사용하는 일반 LCD TV보다 전기를 적게 소모하고 얇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LED TV는 두께가 29.9㎜에 불과해 액자처럼 벽에 걸 수도 있다.
대신 LED TV는 가격이 비싸다. 삼성전자의 46인치 120㎐ LCD TV는 330만원인 반면 46인치 240㎐ LED TV는 470만원으로 훨씬 더 비싸다. LG전자도 47인치 120㎐ LCD TV는 250만원 안팎인데 비해 47인치 240㎐ LED TV는 420만원이다.
그렇다면 140만~170만원을 더 주고 240㎐ LED TV를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어떤 점을 주목하느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절전 효과와 시각적인 디자인 등을 강조한다면 단연 LED TV다. 하지만 일반 TV 시청이 목적이라면 LCD TV로도 충분하다. 이 박사는 "조명을 밝힌 일반 거실에서 TV를 사용할 경우 상당히 민감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120㎐ LCD TV와 240㎐ LED TV의 잔상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가격대 효과를 생각하면 120㎐ LCD TV가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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