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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브랜드 골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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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브랜드 골드 성적표

입력
2009.06.1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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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샘', '리바트'와 함께 국내 3대 가구 브랜드인 '보루네오가구'는 올해 2월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고 깜짝 놀랐다. 평소 수입가구 위주로 매장을 배치하고 특별 행사 때나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문호를 열어주던 현대백화점이 목동점, 미아점, 중동점, 천호점 등 4개 매장에 한꺼번에 입점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김정태 가구바이어는 "보루네오는 누구나 잘 알고 친숙함을 느끼는 브랜드라 불황에도 먹힐 것으로 보고 회사를 직접 찾아가 입점을 설득했다"며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파워 덕분에 점포당 월평균 3,300만~3,6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수입가구 브랜드 매출(월평균 2,500만원)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2. 1992년 국내에 진출한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는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내로라하는 의류브랜드가 하나 둘씩 부도를 내는 와중에도 2007년 대비 13%의 성장을 기록했다. 휠라코리아 오봉균 마케팅 이사는 "불황 여파로 소비패턴이 '믿을만한 제품 하나만 구입'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휠라의 경우 오랜 시간 소비자의 신뢰를 쌓은 덕분에 30~50대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지지층을 20대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최근 그룹 빅뱅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유통업계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있다. 한때 잘 나가는 톱 브랜드였다가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지 못해 진부하다는 평을 들으며 잊혀질 뻔한 추억의 브랜드들이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제품 마케팅이 저조해지는 반면, 기억에 남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구매심리가 작용하면서 '올디스밧구디스(Oldies but Goodies)' 브랜드가 유통업계에 새로운 효자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1979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1,00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해있으나, 오픈 당시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지속하는 브랜드는 3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여전히 각 상품군에서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모자 브랜드 '피에르가르뎅'은 오픈 당시 연 매출이 5,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한해 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평균 신장률이 24%로, 모자 상품군의 평균 신장률 15%를 상회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엠씨'도 올들어 5월까지 10%의 신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동종 브랜드 평균 신장률이 1%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신장세인 셈이다.

토종 란제리 브랜드 '비너스'와 '비비안'도 롯데백화점 25개 점포에서 각각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두 브랜드는 지난해 란제리 평균(6%)의 2배에 달하는 10%대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충성도 높은 브랜드의 매출 상승률이 돋보인다. 여성복 브랜드 '온앤온', 'EnC', '주크' 등은 1990년대 후반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백화점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으나, 2000년 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패스트패션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매출 하위권에 머무르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런데 요즘 불경기를 타고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 지난달부터 이달 11일까지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04.5%(온앤온), 68.6%(EnC), 24.4%(주크)를 기록했다.

남성복에서도 90년대 후반 카라 셔츠 유행을 몰고 왔던 '폴로'가 같은 기간 38.3% 신장했다. 2000년대 초반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바디샵'도 비슷한 컨셉트의 저가 화장품 탓에 브랜드 프리미엄이 급락했지만, 최근 석면탈크 파동 등으로 자연주의 화장품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같은 기간 27.6%의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2월 H몰 아울렛관에 90년대 여성복 시장을 주름잡았던 '조이너스', '꼼빠니아'를 입점시켰는데, 월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30여개 브랜드 중 매출 1,2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롯데백화점 우길조 상품총괄팀장은 "불황일수록 브랜드 인지도나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제품이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브랜드야말로 유통업계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종목"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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