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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멘 '여행금지國' 지정하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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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멘 '여행금지國' 지정하자니…

입력
2009.06.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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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성 엄영선(34)씨가 피랍 후 살해된 예멘은 외교통상부의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제한지역'이다. 지난해 3월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됐지만 예멘에는 그 이후에도 170여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었다. 여행제한지역이라는 게 여행자나 체류 교민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수준이지 입국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딜레마도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해외여행 관련 여행경보제도는 여행유의(89개국)_여행자제(42개국)_여행제한(23개국)_여행 금지(3개국)' 등 4단계로 나뉜다. 그러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여행금지국가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행객의 주의를 촉구하는 수준이지 강제성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위험국가 방문ㆍ체류 중 납치 테러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물론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곳에 정부 허가 없이 들어갈 경우 2007년 7월 개정된 여권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하는 문제는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외교부 당국자)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또 여행금지국가로 설정할 경우 해당국과의 외교 관계 손상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그런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외교부는 3월 사고 직후 예멘 교민 중 급한 용무가 없는 사람들에게 두 차례나 철수를 촉구했지만 별반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정부는 일단 여권 뒷면에 여행경보제도 안내 문구를 담고, 9월 발효되는 개정 관광진흥법을 통해 여행사에 관광객에 대한 여행경보단계 설명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 등으로 경각심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위험 국가 방문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외교부 내에서는 "연간 1,000만명이 해외 여행에 나설 정도로 선진국 수준에 올라선 만큼 이제는 해외에서의 사고에 개인도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고언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고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해외에 나간 국민들도 스스로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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