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삼남 정운이 10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과 회담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두 사람의 회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정운은 항공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후 주석을 비롯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과 잇달아 회담했다. 동석한 북한 측근들은 정운이 김 위원장의 후계로 지명돼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됐다고 중국측에 소개했다.
후 주석은 회담에서 3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의 중지를 요구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현안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정운은 안보리 제재에 대비해 중국에 에너지, 식량 긴급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정운은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광둥(廣東)성 선전, 광저우(廣州)를 방문해 첨단기술 공장 등을 시찰했다. 중국 개혁ㆍ개방을 상징하는 이 지역은 김 위원장도 2006년 1월 방문했던 곳으로 "정통 후계자이며 개혁개방정책을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1월 방북한 왕자루이 부장의 요청을 받고 중국 방문을 수락했지만 체력이 장기간 외유에 적합치 않다고 판단, 지난달 하순 북한 노동당 간부를 중국으로 보내 정운의 방문을 결정했다. 북한 소식통은 "정운의 첫 외교 행보는 중국과 북한의 약속을 지켜가면서, 핵실험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는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의 딸 예정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정순'이라는 이름으로 정운이 재학했던 스위스 베른의 공립중학교 인근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예정은 96년 4월 말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 보충학습반에 들어간 뒤 97년 8월부터 초등 3학년 반으로 옮겨 6학년 때인 2000년 말까지 학교를 다니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생으로 추정되는 예정은 한국에서는 '영순(英順)'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 위원장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씨는 '여정'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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