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대해 한미 정상은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양국 공조를 바탕으로 한 국제공조를 통해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에 나서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 등 국제 제재 조치가 시행 단계에 접어든 와중에 진행된 정상회담이란 점에서 일단 채찍을 든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 후 회견에서 대화를 통해 평화와 경제발전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강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채찍을 들되 당근의 끝도 내비친 것이다.
먼저 양 정상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 선언 등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등 북한에 단호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동시에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관련국들과 협력키로 했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국제 공조를 통해 강도 높은 압박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양 정상은 또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한미 간 공조를 바탕으로 6자회담국 중 5개국이 협력해 북한 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키로 의견을 모았다. 기존 회담의 틀로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 실효성의 한계를 지적한 뒤 중국과 러시아도 이제는 북한의 핵실험이 자국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대열에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 합류시켜야 북핵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과 러시아가 5자회담 개최에 아직은 소극적이지만 이와 별도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향후 국제적 여론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구체적 실행조치에 나서 달라는 주문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양 정상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해 정상회담 발표문에 담지는 않았지만, 북핵 개발에 이용될 불법 자금의 유통을 막기 위해 가능한 협력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미국이 주도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금융제재와 유사한 카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미국 측은 북한의 위조지폐와 마약 거래 등 불법행위 정보를 수집해 전 세계에 공표하면서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끊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정상은 또 북핵 폐기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존중을 위해 협력키로 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목할 대목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당초 회담이 대북 강공 일변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 그런 기조였다고 볼 수 있지만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았다. 지나친 대북 강경책은 북한의 과도한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원칙을 지키고 제재를 가하지만 북한이 대화로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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