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간) 미 행정부 핵심 각료들을 잇따라 접견하고 북핵 공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등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넓혔다.
이날 이 대통령과 미국 주요 인사들과의 접견은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실시돼 분야별 사전 정상회담의 성격을 띄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2월 한국 방문에 이어 4개월 만에 이 대통령을 다시 만난 클린턴 장관은 이날 "환영한다. 직접 오셔서 아주 반갑다(Wonderful)"라며 양쪽 뺨을 번갈아 대고 포옹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면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기다리면 보상받고 대화할 수 있다는 북한의 생각이 통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한ㆍ미ㆍ일 공조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 결의 사항의 이행 과정에서도 관련국이 긴밀하게 공조해 북한에 대해 잘못된 행동에는 응분의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7월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북한에 대한 대처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한미FTA가 경제적으로, 전략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의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이 대통령과 게이츠 장관은 북핵 문제 공조방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보상받고 다시 대화를 되풀이하는 과거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으며,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6자회담 5개국이 공동의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도 "공감한다. 북한에 대해 여러 대처방안을 변경시킬 기회라고 본다"고 공감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어 "북한의 행위는 국제평화를 위협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미국은 북핵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더욱 확고한 동맹 아래 방어역량 및 확장된 억지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이 대통령과 커크 대표는 한미FTA의 진전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
커크 대표는 "한미FTA가 양국에 매우 중요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동아시아에 미치는 상징성이 있다는 점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미 국민에게 한미FTA가 미국 국익에 부합하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도 약속한 것은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다. 한미FTA의 진전은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이 대통령은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공조방안에 대해 집중 협의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경기 회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아직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조기 경제 회복론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표시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회복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기초가 탄탄해졌다는 정도이기에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의 회복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워싱턴=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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