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15일 밤 대통령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거리로 몰려 나온 시위대를 향해 발포, 참가자들이 사망하면서 이란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5일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해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 희생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는 등 집계는 엇갈리고 있으며, 이란에서 취재 중인 외신 기자들은 시시각각 중상을 입고 거리에 쓰러져 있는 시위대의 사진을 전송하고 있다. 당국에 체포된 이도 170명에 이른다.
우리말로 '자유'를 뜻하는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 시위대가 몰려 나온 것은,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 무효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온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지지자가 10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 광장에서 총성이 울린 것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당시도 시위대 중 한 명이 당국의 발포로 사망했다.
시위는 지방 도시로 번지고 있다. AP통신 등은 이란 ISNA통신을 인용, "이란의 지방 도시인 마슈하드, 이스파한, 시라즈 등에서 시민들이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무사비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라즈에서는 시위 참가자 100여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마슈하드 중심가 두 곳에서는 대규모 행진이 예정돼 있지만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이란 정국 혼란의 이면에는 더 깊은 권력 암투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란 혁명 주역 중 유일한 생존자로, 현 최고성직자회의 의장인 알리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와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간의 권력 다툼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개혁파의 거두인 라프산자니가 격앙된 시위 정국을 계기로 강경파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는 하메네이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리다.
2005년 대선 당시, 라프산자니는 아마디네자드와 맞붙었다. 하지만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개혁 성향을 못마땅하게 여긴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면서 결국 대통령 자리를 놓쳤다.
시위가 격해질 경우 상황은 라프산자니에 유리하게 돌아간다. 하메네이는 15일 헌법수호위원회에 무사비가 제기한 의혹을 조사토록 지시한 데 이어 16일에는 재검표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시간 벌기라는 분석이다. 텔레그라프도 "헌법 수호위원회 12명이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이중 6명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강경파인 터라, 조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과 그들의 의견은 전달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며 "최근 텔레비전을 통해 본 이란 상황에 침묵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개혁파 시위대의 편을 들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담에서 "제국의 시대는 끝났다"며 "미국은 정치ㆍ경제적으로 위기에 있으며 그들의 결정에 희망은 없다"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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