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77) 할머니에 대한 국내 첫 존엄사가 23일 오전에 시행된다.
김 할머니 가족 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는 16일 "환자 자녀(1남3녀)들이 가족회의를 거쳐 23일 오전 10시에 임종식을 치르겠다고 병원측에 통보했으며, 적극 협조하겠다는 병원측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병원 윤리위원회 위원장인 손명세 교수도 "인공호흡기를 떼는 날짜 결정에 있어 환자 가족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라며 "이번 주 중 집행위원회를 열어 실무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원 윤리위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법원 판결(5월21일)에 따라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되, 시기와 절차는 가족 및 의료진과 협의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김 할머니 가족들은 23일 환자를 1인실로 옮겨 오전 10시부터 20~30분 간 목사의 집전 아래 임종 예배를 치를 계획이다. 예배 후 의료진이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내면 김 할머니는 이르면 30분 내, 늦어도 2~3시간 내에 숨을 거둘 것이라고 병원측은 밝혔다.
지난해 2월18일 폐암 여부를 확인하려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 출혈에 의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지 1년4개월여 만에 맞는 영면이다.
박창일 연세의료원 원장은 "호흡기를 떼내는 것은 1차적으로 주치의의 임무지만, 그가 거부할 경우 다른 지명자에게 부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자 가족들은 병원측 과실로 김 할머니가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고 보고 환자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어서, 존엄사 시행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환자측과 병원 간의 갈등은 또 다른 방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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